은퇴 경주마의 ‘2막’… 아이들 희망품고 달린다 말의 해 맞은 ‘KRA 인천승마힐링센터’
처음엔 망설이던 아이들 이젠 스스럼없이 스킨십
사회성 부족 꼬리표 떼고 어느새 세상밖으로…
말위에 올라타면 온몸으로 둘만의 대화 ‘웃음꽃’
“말은 마치 언제나 내게 힘을 주는 친구 같아요. 말이랑 있으면 스트레스 따윈 다 잊어버리고 희망과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30일 오후 4시께 인천시 남동구 서창동 KRA 인천승마힐링센터.
김민수군(11·가명)이 마구간에 있는 말 시나에게 반갑게 “안녕, 시나야”라며 말을 건네자, 시나도 귀를 쫑긋거리며 답했다.
김군이 시나의 털을 빗어주고, 굽 사이에 낀 흙을 빼주자 시나도 기분이 좋은지 이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손길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등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내 김군과 시나는 마구간 밖으로 나가 30여 분간 뛰어놀았다. 뛰어노는 김군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연지 교관은 “김군이 처음 왔을 땐 무서워서 시나를 만지지도 못했다”며 “이제는 일주일 중 시나 보는 날만 기다릴 정도”라고 말했다.
경마장이나 초원 위에서만 보는 것으로 여겨지던 말들이 어느덧 인간과 가까운 친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인천승마힐링센터에는 시나 같은 말이 모두 16두 있으며, 이들 말은 경주마로서 역할을 다하고 순치 과정을 거쳐 이곳으로 오게 됐다.
여기서는 더는 경주나 레저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전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말은 참을성이 많고 사회성이 좋아 아이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덩치가 큰 말에게 겁을 먹기도 하지만, 온순한 말과 쉽게 친해지는 과정에서 마음속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얻는다.
말들은 아이와 장비 등 50㎏이 넘게 등 위에 태우고도 전혀 싫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말 위에 올라탄 아이와 어린이를 태운 말은 온몸으로 소통하면서 ‘둘만의 대화’를 하게 된다.
이곳 승마힐링센터에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주로 오지만, 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집 가까이서 수시로 말과 교감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돼 있다.
인천승마힐링센터 관계자는 “내년이 말의 해라는데 세상 사람도 말처럼 서로에게 짜증 내거나 화내는 일 없이 밝은 에너지로 마음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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