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형 건전지’ 어린이 생명 위협한다

10세미만 ‘건전지 삼킴’사고 등 빈번, 세심한 주의 기울여야

어린이가 소형 전자제품이나 다양한 생활용품 등에 사용 중인 단추형 전지를 무심코 삼키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단추형 전지가 체내에 들어갈 경우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어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단추형전지 관련 위해 사례 250건을 분석한 결과, 244건(97.6%)이 만 10세 미만 어린이 안전사고였다.

이 중 232건(95.1%)이 건전지를 삼킨 사고였으며, 이 중 163건(70.3%)은 만 1세 이하 영아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에 잡히는 것을 쉽게 입으로 가져가는 영아들의 습성 탓에 삼킴사고의 위험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단추형전지는 실수로 삼켜 체내에 오랜 시간 머물면 장기가 손상될 정도로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전자제품 안전성 검사업체인 인터텍(Intertek)사가 지난 2월 미국 알링턴에서 개최된 ICPHSO(소비자 안전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추형전지가 식도 내에 2시간 이상 머무를 경우 심각한 화상이나 장기천공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미국에서는 생후 13개월 된 어린이가 단추형 전지를 삼킨 뒤 이틀만에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전지의 화학반응으로 대동맥이 손상돼 사망했으며, 지난해 호주에서는 10개월된 아이가 식도에 단추형전지가 걸린 상태로 반나절 방치했다가 6시간의 수술 끝에 겨우 목숨을 건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완구나 리모컨, 시계, 계산기, 만보기, 체중계 등 주로 가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활용품에서 전지가 떨어져나오면서 발생했다. 따라서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단추형전지의 보관이나 단추형전지가 삽입된 제품의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제품에 삽입된 단추형전지가 대체로 쉽게 분리돼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 유통 중인 단추형전지 삽입형 제품 19개를 대상으로 약 1.38m 높이에서 낙하시켜 전지 분리 여부를 시험한 결과, 4개 제품(21.1%)에서 전지가 분리됐다.

분리된 4개의 제품 모두 전지 개폐함에 나사 잠금장치 또는 이중 장치가 없었다. 또한 전지가 분리되지 않은 15개 제품 중에도 6개 제품은 전지 덮개를 손톱으로 들어 올리는 등의 적은 힘으로도 쉽게 분리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현재 국내에는 단추형전지 삽입제품에 대한 주의사항 표시 기준도 전무한 실정이다.

내년 1월 2일부터 발효될 미국 UL규격(미국 보험협회시험소(Underwriter‘s Laboratories)에서 정하는 규격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선호도가 높음)에 따르면 단추형전지와 단추형전지가 삽입된 제품에는 ▲삼킴 사고 가능성에 대한 안내 ▲단추형전지의 위험성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단추형전지 4종과 삽입제품 19종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안전사항을 제대로 표기한 제품은 2개에 불과했으며, 12개 제품은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단추형전지 개폐함에 나사 잠금장치 또는 이중 장치가 없거나 주의문구 표시가 미흡한 제품에 대해 사업자의 자율적인 개선을 권고하는 한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단추형전지 삽입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 제정과 주의문구 표시 강화를 기술표준원에 건의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단추형전지로 작동되는 제품 구입 시 전지 덮개의 구조가 견고한지 확인하고, 영유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며, 삼킴 사고 발생 시 즉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단추형전지 사용 시 소비자 주의사항

▲단추형전지 삽입구 덮개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제품을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사용 후 남은 단추형전지는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사용한 폐건전지는 폐전지수거함에 넣는다.

▲어린이가 단추형전지를 삼키거나 신체 일부에 삽입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삼킴·흡입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응급 치료를 받는다.

▲단추형전지가 삽입된 제품을 사용할 때는, 전지 극을 잘 맞추어 장착한다. 거꾸로 삽입할 경우 발열 혹은 파열의 원인이 된다.

▲리튬전지는 장시간 사용 시 과열 또는 폭발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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