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하게 100세까지 ‘스트레칭’… 마음만은 ‘손연재’
바로 일요일 안방극장을 주름잡는 예능 프로그램. 그것도 생활체육위주로 짜여 시청자들과 틈새를 좁혀 국민건강의 질까지 높인다는 속셈. 여기에 아이돌, 걸 그룹, 배우까지 연예인 집단이 이리저리 뛰고 구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TV 앞을 떠나지 못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근 생활체육 종목 참여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체육 활동. 이에 각 시·군생활체육회는 생활체육지도자를 고용해 일반 시민과 어르신을 전담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 지킴이 역할 중심에 생활체육 지도자들이 있다. 40종목에 800여 개 클럽, 약 4만여 명의 생활체육 동호인을 가지는 부천시생활체육회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밤낮 고생하는 생활체육 지도자들의 하루 일과를 체험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애환을 피부로 느껴보았다.
◇베테랑 지도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해
부천시생활체육회 지도자는 지도자 업무를 총괄하는 최경석 팀장을 비롯해 총 10명이다. 유인숙 지도자 외 4명이 일반 시민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장유희 지도자 등 4명은 어르신 전담 프로그램 강사로 활약 중이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그날그날 있을 지도자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점검 회의를 통해 시작된다.
일반 시민 프로그램도 어린이부터 초등학생, 주부, 정신지체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울러야 하므로 전문이론을 겸비한 풍부한 경험이야말로 지도자의 필수 자격조건이다. 각 지도자는 1주 동안 8~10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질 높은 강의를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데 소홀함이 없다. 오전 9시 회의를 마친 지도자들은 프로그램 진행장소로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 이동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어린이부터 초등학생, 주부, 정신지체아,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울러야 하므로 전문이론을 겸비한 풍부한 경험이야말로 지도자의 필수 자격조건이다.
최 팀장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생활체육 프로그램 외에도 40종목 연합회를 서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며 “대부분 대회가 토·일요일에 치러지다 보니 평일뿐 아니라 휴일에도 연합회 대회를 돕고 있어 시민들의 건강을 위하는 최일선에 있다는 자부심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고 털어놨다.
◇베테랑 지도자 따라하랴, 어르신들 챙기랴 땀 뻘뻘
“어머니 팔을 쭉~뻗으세요.”
“이쪽은 어디?…왼쪽!”
“아버지 이쪽으로 돌아서야죠.”
생활체육지도자라고 해 간지나게 유니폼을 입고 조교처럼 모자를 눌러쓴 기자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오산. 치매 어르신들의 건강 도우미로 나서라는 오늘의 미션을 등에 무겁게 지고 최근 심곡2동주민센터 내 원미구 노인복지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한 기자는 전날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설친 잠으로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아이같은 천진함으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는 치매 어르신들의 환한 얼굴에서 어머니·아버지의 얼굴이 스쳐가며 코끝이 찡해졌다.
이윽고 박채린 지도자와 함께 25명의 치매 어르신들 앞에 서니 쭈뼛했다. 기자의 염려를 반영하듯 어르신들의 몸 상태는 훨씬 안 좋았다. 강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 너머 먼 산을 보시는 어르신부터 강사 지시에 따라 열심히 따라하시는 어르신 등 통일적인 강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베테랑은 다른 법.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박 지도자는 1시간 내내 동작과 율동을 전수(?)하기 위해 엉덩이 한 번 붙일 틈 없이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누볐다. 기자도 돕겠다는 마음에 어색한 동작으로 따라하며 어르신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뻣뻣한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아 진땀을 뺐다.
어르신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장유희 지도자는 회의 때 ‘안전’을 강조했다.
다 경력의 소유자인 장 지도자는 “어르신을 상대로 하는 운동이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종목을 어떻게 재미있게 알려주느냐가 항상 고민이에요”라며 속내를 비쳤다.
베테랑 지도자들도 초보 입문자인 기자와 별반 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료애를 느꼈다. 1~2시간 동안 20명~100명을 소화해야 하는 장 지도자와 강사들은 힘든 일정에도 할머니·할아버지의 해맑은 모습을 떠올리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건강체조, 수건 체조, 게이트볼, 실버요가, 시니어로빅, 라인댄스, 건강 스트레칭….
기자는 열거하기에도 벅찬 모든 종목을 꿰뚫는 다재다능함과 친근함까지 겸비해야 하는 만능 스포츠맨인 그들의 모습에서 단순한 직업을 넘어 봉사자의 마음으로 어르신을 대하는 지도자의 가장 기본 원칙을 깨달았다.
비록 일일체험이지만 하루 동안 지도자의 일과를 체험하면서 시민들의 건강 지킴이로서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비록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지도자들이 있어 부천 시민들의 평균 수명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부천=김종구기자 hightop@kyeonggi.com
사진=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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