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는 말 중에서도 ‘푸른 말(靑馬)’이라 합니다. 갑오(甲午)는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요? 우리가 흔히 “갑을병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십간(十干)이라고 합니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열 개 간을 말하지요. 앞에서 구분했듯이 두 개씩 짝을 지어서 부르는데, 그 순서대로 양음(陽陰)/양음…이 반복되고 목(木:청), 화(火:적), 토(土:황), 금(金:흰), 수(水:흑)에 대응합니다. 한마디로 음양오행을 맞춘 것이지요.
이 열 개의 간에 열 두 상징동물인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를 하나씩 짝지어서 부르는 것이 한 해(年)의 이름입니다. 갑오년은 갑과 오의 만남이니 청마(靑馬), 즉 푸른 말이 되는 것이지요.
이제는 태양력이 일반화 되어서 2014년 1월 1일을 갑오년의 시작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우리는 수 천 년 동안 월력(月曆)을 따랐고, 그 월력에 따른 설날(1월 31일)이 실제 갑오년의 시작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구정이 곧 갑오년 푸른 말띠 해의 시작인 셈이지요.
저는 푸른 말 대신 푸른 바다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정우철 감독의 ‘구럼비의 노래’에요. 구럼비는 제주도 강정마을 해안가에 있는 현무암 바위에요. 2년 전 이 사진은 ‘구럼비의 정령을 찍은 사진’으로 호평을 받으며 제3회 국제사진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이 사진을 천천히, 깊게 혹은 지긋이 보아 주세요.
화면 중심에 한 사내가 물웅덩이에 서 있습니다. 그가 선 곳은 우리가 흔히 너럭바위라고 부르는 그런 바위입니다. 그런데 자그마치 해안을 따라 약 1킬로미터나 되는 그런 통바위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울퉁불퉁해서 다 따로따로인 듯 보이지만 그것은 용암이 굳을 때 발생한 바위의 비늘일 뿐 속살은 다 하나랍니다.
마을을 흐르는 강정천 쪽에 저 물웅덩이가 있어요. 마을 사람들도 가끔 저 웅덩이에서 몸을 씻는 곳으로 이용한답니다. 몸을 씻어 마음을 정화하니 저 물은 그냥 물이 아니겠지요. 신성한 푸른 못에서 정우철 감독은 제주 앞 바다를 봅니다. 범섬을 봅니다. 신생대에 솟았던 그 뜨거운 불의 영성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이어가길 기도합니다.
파랑새는 없는 새라고 합니다. 그래서 파랑새는 곧장 희망이요, 꿈이 됩니다. 푸른 말의 해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 푸른 바다처럼 말이지요.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정책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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