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 ‘리콜’ 꺼리는 진짜 이유

소비자원, 기업체 실무자 의식조사… ‘소비자·언론 부정적 인식’ 압도적

국내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리콜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기업의 인식 개선과 리콜을 지원 촉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101개 기업체 리콜실무자를 대상으로 ‘기업의 리콜제도 운영 현황 및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4.5%가 기업의 자진리콜 시행이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호의적 태도를 보인 반면, 강제리콜에 대해서는 7.3%만이 긍정적이었다.

리콜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은 소비자와 언론 등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리콜을 시행할 때도 적극적이지 못한 요인으로 리콜에 대한 소비자·언론의 부정적 인식이라는 응답이 82.5%로 가장 많았고, 소비자 불신으로 인한 매출 감소 62.9%, 소비자들의 과도한 보상 요구 58.8% 등의 순으로 나타나 다른 요인들보다 소비자를 가장 많이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리콜 실시에 따른 과도한 비용 부담 52.6%, 복잡하고 번거로운 행정절차 15.5%, 최고경영자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라는 응답도 10.3%를 차지했다.

특히 리콜 유형 중에서도 강제리콜에 따른 매출 감소(80.2%)와 비용 부담(65.7%)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콜유형에는 사업자가 자진 수거·파기하는 자진리콜과 중앙행정기관의 권고에 의한 리콜, 중앙행정기관의 강제명령에 의한 강제리콜 등 세가지가 있는데 이중 강제리콜이 기업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56.3%가 기업의 리콜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의 긍정적 인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기업의 리콜전담기구 설치 및 내부규정 보유 등 인프라 실태를 확인한 결과, 46.9%의 기업만이 리콜전담부서를 두고 있었으며, 대기업(63.6%)에 비해 중견기업(45.2%)과 중소기업(34.5%)의 설치비율이 낮아 회사 규모가 작을 수록 리콜업무 대응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전담부서가 있더라도 전적으로 리콜만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 기업은 13.6%에 불과함. 품질 관련 부서가 함께 처리하는 경우가 50.0%로 가장 많았고, 고객관리 부서 40.9%로 나타나, 상당수의 기업이 리콜과 품질, 고객관리를 함께 연계하여 다루고 있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100%)나 식품(58.8%)보다 공산품(40.0%), 전자기기(35.7%), 의약·화장품(34.8%) 분야가 취약했다.

리콜업무를 위한 내부절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26.6%) 리콜을 포함한 시정조치 판단 기준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28.7%)도 상당수 있었다. 기업규모별로 볼 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리콜 관련 내부 절차나 기준 등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 업무 처리를 위한 내부 규정 및 절차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73.4%로, 대기업은 84.8%가 리콜업무 내부절차를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중견기업은 73.3%, 중소기업은 58.6%만이 내부절차를 보유하고 있어 규모가 작은 기업의 리콜관련 제도가 대기업보다 미흡한 상황으로 보인다.

또한 리콜을 포함한 시정조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의 71.3%로 나타났으며, 기업규모별로 대기업은 84.4%가 판단기준을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중견기업은 71.0%, 중소기업은 58.6%만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결함 제품에 대한 리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에 대해 조사한 결과, 77.7%가 CEO 라고 응답해 리콜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밖에 사업부서 임원급 11.7%, 이사회 6.4% 순으로 나타나, CEO의 결정권에 비해 실무임원들의 결정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소기업 등이 리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 및 소비자가 리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도록 정보제공 및 교육을 확대하여 리콜을 활성화 할 것을 관련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업자단체에는 기업의 특성에 맞는 자진리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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