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는 단체만 40개 ‘마당발 봉사’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만들기 ‘달인’
그에겐 명함이 여러 개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화성시협의회 제2(을)지회장을 필두로 경기도족구연합회장, 화성시 수영연맹 회장 등 공식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명함만 3개.
여기에 태안농협 감사, 화성시 동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 화성·오산 교육청 학교체육진흥 위원, 사단법인 한국BBS 경기연맹 화성시 부지회장, 병점초등학교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화성시 동부지역 발전위원회 부회장 등이 더해진다. 여기까지 요약하면 봉사에 관한 한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이란 얘기다.
그래도 아직 직함이 남아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재현 지회장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만 40여 개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매달 내는 회비만 해도 웬만한 직장인 월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직함 하나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직함이 많다는 건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아니다. 이재현 지회장은 직함 하나하나의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명함과 직함이 많다는 건 부르는 데가 많다는 것. 부르는 곳이 많다는 것 그만큼 역할을 다양하다는 의미다. 그는 40년 넘게 수영, 족구, 교육, 주민자치, 새마을지도자, 선거, 문화원, 기동순찰대, 동창회, 범죄예방 등 전방위 멀티 플레이어로 화성시 지역발전을 위해 매진해왔다.
화성 진안 토박이… 정 많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 넘치는 소년
이재현 지회장은 화성시 진안동 출신으로 61년째 화성에서 살고 있다. 2남2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퍼주기’를 좋아했다.
게다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사람들은 그를 ‘복덕방’이라 부른다. 워낙 인정이 많고 사리 분별력이 좋아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를 잘하고 화해를 잘 시킨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수원농고 1학년 재학시절이던 1970년 청소년적십자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애향심이 남달랐다. 자식들에게도 좋은 대학을 가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꿈 꾸는 건강한 화성사람이 되기를 가르쳤다.
“어렸을 때 화성과 지금의 화성을 비교하면 한마디로 ‘천지개벽’할 정도로 바뀌었죠. 학교따라 직장따라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지만 저는 고향을 지키고 있어요. 아들, 딸 모두 제 모교인 병점초등학교에 보냈습니다. 아들, 딸이 제 후배이기도 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수영선수 생활을 시작한 아들과 후배 어린이들을 위해 수영 불모지였던 화성시에 1985년 처음으로 학교특성화교육시책으로 병점초교에 수영 프로그램이 개설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보탰다. 지금 병점초교는 실내수영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화성시에서 배출한 국가대표 선수만 20명이 넘는다.
그는 현재 화성시 수영연맹의 수장을 맡아 수영체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해 왔을 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수영생활체육 홍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그는 총 50만명의 동호인을 자랑하는 경기도족구연합회의 살림을 맡고 있다.
주말이 더 바쁜 남자… 새터민·소외계층 챙기고, 민주평통 이끌고 바쁘다 바빠!
이재현 지회장은 평일 보다 금토일 주말이 더 바쁜 남자다. 평일에도 매일 아침 8시에 나와 저녁 7~8시쯤은 되어야 집에 온다. 직함이 많다보니 챙겨야 할 각종 행사, 업무, 경조사 등이 산더미다. 그 많은 일 중에도 그가 특히 신경쓰는 봉사분야가 바로 새터민 및 소외계층 돕기다.
그는 5년 넘게 설날과 추석 명절에 지역 새터민을 위해 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게다가 청소년 골든벨, 걷기대회, 통일염원축구대회 등을 통해 한층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 거양과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다변화하는 주변국의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 초당적·범국민적 차원에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2011년부터 민주평통화성시협의회 제2(을)지회장을 맡아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관심을 갖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과 주민 공감대 형성에 공헌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어요.”
오로지 지역봉사를 위해서만 달려온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2007년 4월, 대장암 수술을 받게 됐다.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길 겨를이 없었던 이재현 지회장. 대장암의 경우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발견이 쉽지 않은데 아내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한번의 위기를 통해 봉사도 건강해야 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는 이 지회장은 요즘 철저한 식생활과 운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몸이 아픈지도 모른 채 지역봉사에 올인해 온 그의 열정은 지난해 11월 서울 크라운호텔에서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센츄럴 대학교에서 수여하는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빛을 발했다. 탁월한 경영 능력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한 점과 봉사정신, 경제발전에 공헌한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아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재현 지회장에겐 봉사는 밥이다. 그는 매일 먹는 밥처럼, 봉사도 매일 실천하며 화성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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