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방선거만 공천을 폐지하면 광역의원과 광역단체장 선거의 공천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왜 똑같은 지방선거인데 광역은 공천을 해도 되고 기초는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일까?
지방분권이라는 자치기능을 놓고 보면, 광역단체장 및 광역의원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천폐지 여성 등 소수자 배려 불가능
법조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후보자에 대한 정당표방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점을 지적해왔다.
왜냐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후보자에 대한 각종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이 필연적으로 요청되기 때문이다. 즉,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치적 식견과 이념을 비롯한 정치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알릴 수 있어야 하고, 유권자는 후보자에 관한 각종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표방금지에 대해 지난 2003년 헌법재판소의 판례 원문을 살펴보면,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지방자치의 오랜 전통을 가진 선진민주주의 국가들 대다수가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정당이 민의의 결집·인재의 발굴·중앙과 지방의 매개·책임정치의 실현 등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또한 ‘향후 정당배제를 통해 얻게 될 이익보다 그로 인한 손실에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측되며 따라서 단순히 정당배제라는 미봉책을 통해 정당참여로 인한 역기능 뿐만 아니라 순기능까지 함께 제거하는 것은 지방자치 발전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3·4·5항에서 정하고 있는 여성의 정치참여와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정당이 책임있게 실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공천이 폐지될 경우 선거전은 사인(私人)간의 선거로 변질돼 난립한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은밀한 금품수수에 대한 적발이 어려워 금권선거로 전락할 우려와 함께 공명선거의 정착으로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소위 ‘선거브로커’가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는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어 정당의 역할과 기능을 제한하고 국민의 알권리까지 침해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정당을 명기하지 않는 교육위원 선거의 경우 유권자 입장에서는 ‘깜깜이 선거’를 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거셌던 것은 알권리를 침해당한 유권자의 당연한 반발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공천을 받은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 소속정당이 그 책임을 지는 책임정치의 구현에도 정당공천제는 필요하다.
금권선거ㆍ선거브로커 급증 가능성도
결론적으로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중앙당의 공천행사로 인해 지방자치가 무력화 되고 지방이 중앙에 예속된다는 주장은 현재의 공천제도에서 개선해야할 제도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지 일부의 부작용 때문에 공천제 자체를 폐지시켜야 한다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보여 진다.
함진규 국회의원(새누리ㆍ시흥갑)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