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농군학교 양평시대
가나안농군학교의 양평 이전으로 지역사회도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학교가 들어서면 그동안 침체됐던 양평 동부권 발전도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실 ‘양평’이란 지명도 향교가 운영됐던 지역인 ‘양근’과 ‘지평’의 각각 첫 음절과 끝 음절로 만들어졌다.
조선시대까지 향교가 있었던 곳에는 지금의 지방자치단체 격인 관아가 위치했고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교육의 중심지이자 그 고을의 중심지였다.
실제로 면사무소 인근 지평초등학교와 지평전통시장 부근에선 당시의 번영을 입증해 주는 이정표 등의 유적들이 오롯이 남아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는 삼남(三南:충청과 호남·영남) 지방 선비들의 통행로인 삼남길 인근에서 발견된 음각(陰刻)과 양각(陽刻)의 앳된 소년 형상의 석불과 여주와의 경계지점인 파사산에 위치한 미륵불 등을 비롯해 지평초등학교 뒷 운동장으로 옮겨온 삼국시대로 추정되는 삼층석탑, 지평향교 등 문화유적들이 즐비하다.
디지털시대 새로운 콘셉트인 스토리가 있고 볼거리가 풍성한 관광도 가능하다. 농촌체험마을에서의 농사짓기와 둘레길을 걷는 힐링형 관광도 기대되고 있다.
농촌체험마을 방문객 배가로 체류·힐링형 관광 중심지로 도약
우선 제일 먼저 반기는 측은 인근에 위치한 가루매 농촌체험마을이다.
지난 2012년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 마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5천여명의 체험객들이 다녀 갈 정도로 도시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체험객들은 이 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과수원에서 배를 따고, 농산물가공 공장에서 배즙 프로그램도 체험한다.
가루매 농촌체험마을은 가나안농군학교와 연계, 주말농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생들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FTA 체결 등으로 인해 외국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농산물에 맞서 우리 땅에서 유기농으로 수확한 토박이 농산물을 학교 측에 식재료로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른 식생활 교육도 추가된다.
권윤주 가루매 농촌체험마을 이사장(58)은 “가나안농군학교 입주로 우리 마을은 물론, 동부권 발전도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평수목원도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 박차
가나안농군학교가 들어설 칠보산 기슭에는 캠핑장을 갖춘 양평수목원이 운영되고 있다.
10여년 이상의 연륜을 자랑하는 이곳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주말에는 가족단위 발길이 잦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4만~5만명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도 오는 5월 학교 이전이 완료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벌써 기대감에 차 있다.
특히, 장용순 대표(61)는 진입로를 기부 체납하고 부지 일부에 대해 사용승낙서를 내주는 등 학교 입주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여년 전 일찌감치 이곳으로 귀촌한 장 대표에겐 칠보산 기슭이 제2의 고향이다.
‘빠른 삶’을 지양하고, 거북이처럼 ‘느린 삶’을 추구하고 있는 그에게 가나안농군학교는 희망의 빛이다.
장 대표는 “느리게 사는 거북이가 180년을 살지 않느냐”며 “우리가 산업화사회를 거치면서 빠른 것에 익숙해졌지만, 앞으로 이런 생활방식은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근면·절약정신으로 제2의 새마을운동 부활을
윤광신 양평새마을회장(61)도 가나안농군학교 양평시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학교 신축현장을 찾은 윤 회장은 김형룡 지평면장(57)과 함께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는 “가나안농군학교가 새마을운동의 모태가 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더욱 절감했다”며 “이젠 양평이 명실공히 새마을운동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김 면장도 “어림잡아 연간 가루매마을 체험객 2만5천여 명에 양평수목원 체험객 4만~5만명 등을 가나안농군학교 교육생 6만여 명과 합치면 이 조그마한 마을을 연간 1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적인 차원에서도 이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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