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모태 가나안농군학교 양평시대 ‘활짝’

경제부흥 이끈 개척정신 ‘제2 전성기’ 연다
가나안농군학교 양평시대 개막

새마을운동 메카… 양평에 새둥지 틀고 ‘21세기형 도전’

입춘이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동장군의 심술은 여전하다.

강원도와 인접한 양평군 지평면 옥현리 칠보산 기슭. 여주로 넘어가는 국지도 70호선 한 켠에 ‘제1가나안농군학교 신축현장’을 알리는 푯말이 북풍한설을 온몸으로 맞으며 을씨년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겨울에는 나무들도 살아남기 위해 사람처럼 입김을 내뿜는다. 추운 나라에서만 자란다는 자작나무 서너 그루 앞으로 박무가 뽀얗게 내려 앉고 있다. 면소재지 쪽으로부터 높새바람 한줌이 “쌩”하는 마찰음을 낸채 날아오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봐! 봄은 멀지 않았다구.”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설립자 김 용기 장로의 가르침이 오롯이 녹여진 제1가나안농군학교(이하 가나안농군학교).

이 학교를 떠올리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의 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이 떠오른다. 산업화를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이 주창, 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라는 기치 아래 모든 국민들이 두팔을 걷어 부치고 국가 재건에 땀을 흘렸던 새마을운동. 그러나 이같은 거국적인 캠페인은 사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시공을 반세기 이전으로 돌려보자.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당시 절대 빈곤 국가였던 조국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각계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던 중, 어느날 하남 풍산동(당시 황산)에서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를 찾았다.

꼭 이맘 때인 1962년 2월 초순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재건 프로젝트로 가나안농군학교의 ‘근로, 봉사, 희생’을 접목하자고 제안했고 김 장로는 순수한 민간운동으로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강산이 한 차례 바뀐 1970년대 초반 가나안농군학교를 모태로 마침내 새마을운동이 창안됐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가 흐른 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오늘날의 번영 뒤에는 새마을 운동이 있고 그 뒤에는 가나안농군학교가 있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메카가 바로 가나안농군학교이다. 가나안농군학교가 하남시대를 마감하고 양평시대를 열면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까지 철과 금, 은, 주석 등을 채굴하던 광산이 있었다는 칠보산 기슭부지 6만6천여㎡. 이곳에선 현재 20억여원이 투입돼 교육관, 행정동, 기숙사동(지상 2층), 기념관 등의 건물 뼈대가 거의 갖춰졌고 곳곳에서 전기와 상·하수도 등의 기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늦어도 오는 5월말까지는 준공될 예정으로 현재 공정률은 60%가까이 이르렀다. 기숙사를 제외한 행정동과 교육관, 식당 등은 조립식으로 지어 건축비를 절약했다.

김용기 장로의 아들인 김평일 교장(71)은 요즘 하남과 양평 신축현장을 번갈아 오가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학교가 하남을 떠나게 된 것은 보금자리주택사업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지구에 포함돼 정든 터를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이전은 지난 2009년 확정됐다.

김 교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보상을 받고 지평면 옥현리 임야를 샀다. 임야 구입비로 수십억원을 썼고 건축비로도 그만큼의 돈이 들어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하남의 본관과 교회건물은 보존된다.

그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용된 풍산동 토지가 산 번지인데다 그린벨트인 탓에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양평군이 가나안농군학교 이전을 위해 행정적으로 적극 돕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는 “김선교 군수와 김형룡 지평면장, 권윤주 양평농촌나드리 이사장, 주민 여러분 등이 환영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급경사인 학교단지로 들어서는 진입로 포장(길이 600m)도 풀어야 할 숙제.경기도가 학교 측의 어려움을 듣고 LH·양평군 등과 함께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장은 “새로운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양평에서 제2의 전성기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가나안농군학교가 들어설 칠보산 일대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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