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검사’ 71%… 표시비율 높여 소비자 선택 도와야
최근 국내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쌀이 생산·판매되고 있는 가운데, 쌀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검사에 의한 ‘등급’ 표시율이 낮아 선택정보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대형마트·백화점 17곳에서 판매되는 브랜드 쌀 92종의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품질 등급을 ‘미검사’로 표시한 제품이 71.7%로 나타나 소비자가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쌀의 등급은 당초 품질 검사결과에 따라 1~5등급까지 모두 5개로 지정해 표시해왔으나, 품질검사를 거치지 않고 출하하는 경우가 많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은 쌀의 등급표시를 기존 5개 등급에서 ‘특’·‘상’·‘보통’ 등 3개 등급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등급표시는 해당 등급에 O표 하되 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미검사’로 표시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미검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등급표시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쌀 품질에 대한 신뢰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 이내 브랜드 쌀을 구입한 소비자 434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쌀 구입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생산년도’였고, 다음으로 ‘도정연월일’, ‘구입가격’ 순이었다.
‘품질 등급’(2.43점)에 대한 고려정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미검사’ 표시가 많아 소비자 선택정보로 잘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쌀을 선택한 주된 이유를 살펴보아도 ‘이전에 먹어보니 맛이 좋아서’(46.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값이 저렴해서’(25.6%), ‘생산지가 마음에 들어서’(24.0%), ‘할인행사를 해서’(16.4%), ‘이름 있는 브랜드 제품이어서’(12.9%), ‘판매점에서 주로 취급하는 브랜드여서’(12.7%) 등의 순이었으나, ‘품질 등급’이나 ‘품종’ 등 품질표시사항 관련 항목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1.8%, 7.6%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쌀의 품질과 관련해 불만을 경험한 소비자는 13.8%(60명)였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오래 묵은쌀 느낌이 난다’(66.7%)는 불만이 가장 많았고, ‘밥의 질감이나 맛이 이상하다’(36.7%)는 불만과 , ‘벌레가 생김’(23.3%), ‘싸라기 쌀이 다수 포함됐다’(15.0%)는 불만이 제기됐다.
또한 응답자의 60.4%는 브랜드 쌀을 주로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반면 동네마트(16.4%)나 오픈마켓(13.6%), 쌀 전문점(4.1%)에서 구입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쌀의 원산지는 경기도가 가장 많았고(34.8%), 전남(13.8%), 강원(9.9%) 등의 순이었으며, 구입한 쌀의 중량은 20㎏이 가장 많았고(61.1%), 다음으로 10㎏(30.0%) 쌀을 많이 구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품질표시사항을 통해 소비자들이 품질 등급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등급 ‘미검사’ 요건 규정 등 등급검사 표시비율을 높이는 방안 마련 필요하다”며 “소비자가 품질 좋은 쌀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구입 시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에 유의하며 적정기간 내에 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품질 좋은 쌀 구입·보관 유의사항>
▲품질표시사항(생산년도, 도정연월일, 품종, 등급 등)을 꼼꼼히 체크한 후 구입한다.
▲깨진 쌀이 없고 쌀알이 투명한지 포장의 비닐부분을 통해 확인한다.
▲밥을 자주 해 먹지 않으면 적게 포장된 쌀을 사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과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냉장보관하는 것도 좋다.
▲개봉 후 오래 두면 영양분이 빠져나가므로 1달 이내에 소비한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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