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북구 십정2지구가 폐허로 변하고 있다. 2004년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확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장물 조사 단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계획적인 사업 추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쳐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제나 저제나 개발을 기대하던 주민들은 낡은 집을 손대지 않아 언제 무너질지 모를 집에서 살고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낙후된 십정2지구를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선정함에 따라 LH는 9천600여억원을 들여 19만3천여㎡에 3천48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끝낼 계획이던 개발 사업을 LH가 자금난과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10년을 허송세월했다. LH는 현재 부채가 100조원이 넘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게다가 LH가 십정2지구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보상비 3천200여원을 지급하고 공동주택을 분양할 경우 수백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LH는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호전되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까지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무한정 지연시키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다. 주민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과 함께 긍정적인 사후 계획의 수정 및 조정 노력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십정2지구는 원래 오래 전부터 낙후된 달동네였다. 개발계획만 믿고 하루 이틀 살다보니 주거환경이 극히 열악해 졌다. 기존 주택 1천488호 중 500여호는 붕괴 직전이다. 지난 2011년엔 노후 된 집이 붕괴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행정당국과 지역 정치인들이 찾아와 보상조치와 개발 사업 재개를 약속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개발을 기대하다 지친 주민들은 하나 둘씩 떠나 지금은 절반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상태다. 폐허된 동네 환경만큼이나 남은 주민들의 마음도 황폐화된 상태다. 인천시와 북구청 등 행정당국과 LH는 울분을 토하다 허탈해진 주민들을 보듬어 줘야 한다.
주택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의(衣)식(食)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최저한의 생존조건이며 가장 근본이 되는 필수품이다. 십정2지구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LH는 당초의 광대한 계획을 한꺼번에 무리하게 추진할 게 아니라 구역별로 나누어 노후 주택이 집중된 곳부터 개발하는 등 단계적 추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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