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판교 테크노밸리와 교육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도가 국가 경쟁력 및 판교 신도시의 자족기능을 강화하고자 조성한 IT, BT, CT 및 융합기술 중심의 연구개발단지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가보면 오가는 젊은 직장인들의 얼굴에서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창의적인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마주하는 듯하다. 현재 판교에는 약 700여 개 업체에 3만여 명이 일하고 있다.

입주업체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가 약 62% 생명과학(BT)분야 12%, 나노, 반도체, 기계, 콘텐츠 등의 분야가 26%를 차지한다. 판교에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 면에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기업이 있지만, 도약을 위해 외부의 자극이 필요한 기업들도 많다.

가장 필요한 자극은 기업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이다. 판교에 있는 많은 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분야의 현장 맞춤형 기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등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인문학 및 디자인의 융합교육 등이 필요하다.

도약을 위한 이러한 자극은 현행 대학 스템이 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규모도 크지 않는 회사가 한참 일해야 할 직원들에게 2년에서 길게는 6년을 투자해 석ㆍ박사 학위를 받게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또한, 대학에서의 연구가 회사의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경우에는 그 부담이 배가된다.

따라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체의 핵심 인력을 대학에 보내 훈련키는 게 아니라 역으로 대학이나 정부 기관의 우수한 인력이 기업체에 와서 교육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마치 사용자 필요에 따라 스마트폰의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이 앱마켓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듯, 기업이 요구하는 최적의 강좌가 그때그때의 수요에 맞게 개설되고 소비되는 교육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념으로 교육센터가 구현되면 단순한 교육과 수강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BT, IT, 콘텐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인들이 모여 강사진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식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들이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만나 교류하다 보면 융합적인 마인드가 활성화 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집단지성을 통한 창의적인 신제품의 개발도 가능해진다.

배움을 통해 새로운 생각이 활성화되고 이는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적 경제고리가 가능한 것이다. 기업 맞춤형 교육센터는 중소ㆍ중견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등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기업에도 필요하다. 국내외의 최고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절실한 수요를 가진 기업인들을 통해 녹여낼 때 창조적 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판교를 위한 기업 맞춤형 교육 플랫폼의 구축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교육센터는 판교의 다양한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기업체는 기술개발에서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표면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교육센터가 기업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가적 입장에서 교육 수요에 대응하는 맞춤형 강사진을 연결할 수 있다.

강사진은 국내외 대학교수를 비롯해 기업체의 전문가 그리고 미래 기술 개발 로드맵을 확보하고 있는 행정부의 전문가들이 망라돼야 한다. 정부의 전문가는 판교 교육 성공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기업이 더 효율적으로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려면 인ㆍ허가를 담당하는 정부가 교육이라는 상호 대화 과정을 통해 기업체의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판교를 비롯해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혁신을 넘어 창조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면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뿐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을 신제품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기업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필요한 지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적시에 공급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의 ‘앱’형 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융합기술 개발 교육 플랫폼의 탄생이 절실한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 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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