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딜리카포

북한강변에 자리한 그림같은 카페 아내ㆍ연인과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가자

2월의 북한강은 언제나 잔잔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줄기 물보라를 내면서 지나가는 모터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기는 레저마니아의 속도감이 무색하게 물결은 잔잔히 양수리로 흘러간다. 강안의 험준한 산줄기는 구불구불 지나는 도로를 위엄있게 내려다본다.

남양주 일원 북한강변이 전국적으로 드라이브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명소가 된 것은 이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 차를 세워 풍경을 감상하며 특별한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삶의 여유’란 바로 그런 것이다.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자태를 뽐내는 건축물과 누구나 쓰임새를 알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인테리어가 갖춰진 공간이라면 삶의 여유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이 된다. 커피&디저트 하우스 ‘딜리카포’는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664-2 일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도도히 흐르는 강을 배경으로 벤치와 굳건히 서있는 푸른 소나무가 있다. 그 옆에는 모던함과 한국 전통의 멋이 어우러진 딜리카포 건물이 있다.

네모 반듯한 상자를 쌓아놓은 듯한 2층 높이의 건물 입구쪽으로 들어서면 검정색 벽돌과 기와장을 엇갈려 쌓아 회칠한 벽이 마치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웃는 주인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조선시대 대감집의 높다란 대문을 연상시키는 출입구에는 딜리카포를 소개하는 문구가 눈에 띈다.

‘딜리카포(Dilikapo)’란 카페 이름은 만국 공용어인 에스페란토(유럽 언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어근을 토대로 만든 인공언어.

주로 영어와 스페인어, 불어 등을 차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와 영어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맛있다는 뜻의 영어 ‘dilicious’와 커피를 뜻하는 에스페란토 ‘kafo’를 조합해 맛있는 커피란 뜻을 갖고 있다. kafo와 비슷하게 생긴 kapo란 단어도 있다.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이 단어에 성실하다는 뜻의 영어 ‘diligent’를 더하면 성실한 주인이란 뜻이 된다. 로고가 더 눈에 잘 들어왔으면 하는 오영탁 실장(28)의 바람에서 카페의 이름은 ‘Dilikapo’가 됐다. 이렇듯 딜리카포에는 성실한 바리스타들이 맛있는 커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카페의 내부는 한옥의 처마와 서까래를 본뜬 듯한 천정과 격자무늬 디자인의 창호 디자인 등 전통 가옥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그러나 어쩐지 전반적으로 전통찻집같은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서양 특유의 모던함이 숨어있다.

이는 진열된 소품에 힘입은 바 크다. 홀 한쪽 벽면의 선반을 가득 채운 수십개의 그라인더와 커피 추출기가 그것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오영탁 실장이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통해 매입한 그의 자식같은 콜렉션이다. 카페의 엔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들 기계는 모두 실제 원두를 갈 수 있고,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장비들이라고 한다.

외부 테라스로 이어지는 곳의 벽면을 장식하는 형형색색의 수많은 커피잔들도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직접 사거나 외국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모은 것들이다.

일부는 커피잔 수집가로부터 대량 구매하기도 했다고 한다. 커피숍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들 소품은 카페의 한옥에서 모티브를 얻은 내부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엔틱과 모던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선반 위에 놓인 앙증맞은 부엉이 모양의 도자기 소품들은 눈을 더욱 즐겁게 한다. 2층 홀로 들어서면 회벽에 그려진 그래피티와 명화가 표구된 액자가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딜리카포 커피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시가 3천만원에 호가하는 네덜란드 기센 사(社)의 최고급 로스팅 머신으로 원두를 구워낸 뒤 그라인더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리기까지 모두 바리스타들의 손이 간다. 이곳의 창고에 보관 중인 원두만 90여가지에 이른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중남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두로 내린 커피는 물론 인도의 아티칸과 니카라과의 엘 수야탈, 케냐의 테구, 에티오피아의 아리차 등 특별한 로스팅 커피가 7천~1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북한강변에는 카페만 수십개가 성업중이지만 딜리카포처럼 생원두를 직접 로스팅을 하는 곳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커피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간식거리가 준비돼있다. 아쌈 밀크티나 녹차라떼, 오곡라떼 등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차는 물론 요거트와 스무디, 생과일주스 등 다양한 마실거리가 준비돼있다.

딜리카포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홈메이드 케이크다. 오영탁 실장의 친동생이자 프랑스의 제과학교 ‘르꼬르 동 블루’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파티쉐 오영랑씨(26)가 지하의 베이킹 공간에서 직접 케이크를 구워낸다.

가장 인기가 좋은 메뉴는 초콜릿을 넣어 만든 가또 쇼콜라. 벨기에산 초콜릿을 넣어만든 이 케이크는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쫀득하고 밀도있는 식감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치즈가 첨가된 티라미슈와 당근케이크, 단호박케이크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메뉴다. 팥이 토핑으로 얹어져 나오는 아이스크림과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쿠키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이처럼 다양한 메뉴와 분위기 탓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줄을 잇는다. 각자 사연도 다양하다.

이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이, 이별을 고하며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는 이, 강원도로 여행을 가던 중에 들른 가족, 밀애를 즐기러 온 커플 등 모두가 이곳에 빈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각자의 특별한 추억을 담아 나가곤 한다.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이번 주말에는 딜리카포에서 커피 한잔을 권한다.

글 _ 박성훈 기자 pshoon@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Interview] 오영탁 딜리카포 운영자ㆍ실장

“모든 사람 입맛 만족시키는 커피 개발이 꿈”

“모든 사람의 구미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남양주의 커피하우스 ‘딜리카포’의 책임자인 오영탁 실장(28)는 인터뷰에 앞서 머그잔에 아메리카노를 한잔 내왔다. 보기엔 그냥 커피였다. 그런데 한모금을 마시자 체리처럼 달콤하면서도 초콜렛처럼 부드러운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분명 여느 카페에서 물 쓰듯 뽑아내는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맛이었다.

오 실장은 “아메리카노도 블랜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가지의 맛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에는 단순히 쓴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견과류 맛을 내기도 하고 설탕처럼 단맛을 내기도 한다. 신맛 중에도 오렌지나 라즈베리,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 맛이 나기도 하고 때론 군침이 돌 정도로 강한 신맛을 내는 커피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통 10종류 이내의 원두를 블랜딩하면 3~4가지 맛은 사라지는데, 블랜딩하는 원두의 종류를 보다 다양하게 하면 더욱 새로운 맛을 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이 아버지 오인국씨와 함께 딜리카포를 개업한 것은 지난 2012년 9월. 4년 전만 해도 오 실장은 커피에 전혀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여름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면서부터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부동산 분야를 전공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커피를 배우면서 끝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파고 들면 파고들 수록 새로운 분야가 열리는게 ‘커피의 세계’입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마스터 바리스타 김일원과 월드커피감정사 김길진을 사사한 오 실장은 커피에 입문한 지 1년여 만인 2012년 1월 큐그레이더(Q grader·아라비카 커피의 등급을 매기는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개업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객들의 구미에 맞는 커피를 내놓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커피숍 운영을 쉽게 봤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여해야 하고 커피를 먹지 않는 사람도 고객이 되려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야 했죠”

이후부터 서비스와 메뉴를 다각화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하나씩 개선해나면서부터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영해오길 1년여. 이제는 단골도 제법 생기고 있다.

그는 “아직 초창기다.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커피를 발굴하기 위해 해외 농장을 방문하고, 모두가 편하게 마실수 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_ 박성훈 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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