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가톨릭 교회의 시성과 시복

가톨릭교회에서는 탁월한 덕행이나 순교로 신자들에게 신앙의 귀감이 되는 이들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서 성인(聖人)으로 선포(諡聖)하며 공경한다.

성인으로 공경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순교자이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로, 한국 천주교회는 1984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정하상 바오로, 그리고 동료 순교자 101위(位)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諡聖)되었다.

둘째는 증거자이다. 곧 덕행의 뛰어난 모범을 통해 참 그리스도 신앙의 증인이 된 분들을 말한다. 지난 2003년에 복자품에 오른 마더 데레사 수녀(1910~1997)와 2011년 복자품을 받은 요한 바오로2세 교황(1920-2005)이 이에 해당 되는 분들이다.

하느님의 종이 성인으로 되기 위해선

따라서 성인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순교자의 경우는 순교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증거자의 경우에는 그 삶이 참으로 덕행의 모범이 된다는 증거가 필요하고 증거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톨릭교회의 공경 받는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서는 모범적으로 살았던 어떤 신앙인에 대해 순교했다거나 덕행에 뛰어난 모범을 보였다는 평판이 널리 퍼지면 보통 그 사람이 순교한 곳 또는 사망한 곳의 교구장이 시성 절차를 시작하며 시성을 추진할 적임자(청구인)를 선정해서 후보자(‘하느님의 종’이라고 부른다)가 정말로 덕행이 뛰어난지 순교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들을 조사하게 한다.

청구인은 사실이 아니거나 말이나 행적에서 신앙과 윤리에 어긋나는 점이 없는지 등을 자세하게 조사해 교구장에게 청원하고 교구장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간의 과정과 ‘하느님의 종’에 대한 약전(略傳) 등을 작성해 교황청 시성성으로 보내게 된다.

교황청에서 시성 절차를 계속 진행해도 좋다는 ‘장애 없음’이라는 답신을 받으면, 교구장은 이제 자료나 증인들의 증언이 확실한지 대해 조사를 하고 ‘하느님의 종’의 전구를 통해 일어난 기적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여 관련 자료를 교황청에 보내게 된다.

교황은 관계 추기경들의 의견을 들어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하느님의 종’을 복자(福者) 품에 올리기로 결정하는데 복자는 성인으로 선포되기 이전에 그 ‘하느님의 종’이 하느님 영광에 들어가 참으로 복된 이라고 교회가 공식으로 선포한 분들을 말한다.

하느님의 종이 성인으로 선포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자로 선포되는 시복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하고 하느님의 종이 복자로 선포되려면 증거자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그 증거자의 전구로 인한 기적이 두 가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교황이 관면할 수 있기에 최소한 한 가지의 기적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순교자의 경우는 그 기적이 모두 관면되기도 하는데 103위 한국 순교성인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기적 심사 관면 청원을 받아들여 시성한 것이다.

한국에 가톨릭교회는 이승훈 베드로가 북경에서 세례를 받은 1784년 이후 거의 100년 동안을 모진 박해와 싸워야만 했다. 신해교난(1791년),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2만명 이상의 이름 없는 순교자들 생겨났다.

복자로 선포되는 시복과정이 필수

한국순교성인 103위중 1925년에 시복된 79위는 1839년 기해박해(己亥迫害)와 1846년 병오박해(丙午迫害) 때 순교한 분들이고, 1968년에 복자 위에 오른 24위는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의 순교자들이다.

지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에 의해 103명의 순교복자들이 여의도 광장에서 성대하게 시성되었고 순교자들의 거룩한 피로 이룩된 한국교회를 세계교회에 찬란히 빛나게 해 주셨다. 이런 영광을 입은 한국천주교회가 30년만에 순교자들 중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명이 다시 복자품에 오르는 기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송영오 신부ㆍ천주교 수원교구가정사목연구소 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