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송파 삼모녀 자살사건 그 이후

얼마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자살 사건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충격은 그때뿐이었다. 국민은 또다시 자기 살기에 분주하다. 정부는 특별 대책의 하나로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혹시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는지를 발견해 주민 센터에 알려주는 역할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란 지역 모니터단을 만들고 있다.

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일제 발견령을 내렸다. 쥐잡기의 달도 아니고,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만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행사는 이제 좀 그만 할 일이다.

몇 달 전 필자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천시론에서 지역단위의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며, 이웃 간의 어려움을 서로서로 알아주고, 혼자 돕기 어려운 가정은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협력해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에게 국민 복지의 모든 책임을 돌리고, 내 주변 이웃의 삶에 무관심한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어려운 주민 통합적 파악 ‘희망복지팀’

고려시대에 오가통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다섯 가정씩 그룹을 맺어 평소에는 서로 가깝게 지내다가 한 가정이 힘든 상황에 봉착하면 관가에 도움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제도라고 한다. 우리도 최소한 우리 주변에 사는 다섯 가정과의 친밀한 관계와 관심 어린 교류를 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한 가정의 어려운 사정이 발견돼 주민 센터에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모든 지원이 그 가정에 신속하게 제공돼 어려운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까?

공공부조를 비롯한 국가의 모든 복지 급여는 일 년 간의 정해진 예산안에서 제공되므로 제공 대상과 인원수도 미리 정해져 있다. 또한, 정해진 인원을 골라내도록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자살한 모녀가 제도를 몰랐던 것이 아니고, 각각의 급여와 서비스에 대응하는 자격을 마련하고서 그 혜택을 차지하기에는 이 엄격한 기준 앞에 너무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이 가정의 경우는 정부 복지 서비스 주체들이 욕구 하나하나에 들어맞는 자격조건을 증빙하였을 때 그것으로 판단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보다는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증명하지 못하는 사연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예외적 적용을 하겠다는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 안에 한 가지 단위 서비스나 급여 조건을 적용해 냉정히 결과만을 통보하는 공무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예외적 상황에 대한 통합적 옹호자 구실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은 부처와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과 조정을 할 수 있고, 예외적 혜택을 요청 또는 결정 할 수 있는 역할 그 이상의 권한이 필요하다.

우리 인천시에도 이런 역할을 위해 10개 기초단체에 희망복지 지원단(팀)을 두고 있다. 이들은 경제과와 복지과처럼 희망복지팀의 독자 사업을 하는 또 하나의 부서가 아니다.

市차원 권한ㆍ역할 제도적 보장 필요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구제할 수 있도록 공무원이 주민의 어려운 상황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대상자의 대변인이 돼 부처와 부서를 넘나들며 엄격하고 경직된 장벽을 유연화하고, 부처 또는 부서 간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간사와도 같은 존재로 여겨야 할 것이다.

모든 전달 체계가 취지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인천시 차원에서 희망복지팀의 권한과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라고 부탁하고 싶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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