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토대가 부실해서인지 2012년 기준 1천300조 원의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7조 원으로 0.6%에 불과했다. 바이오벤처 창업의 둔화는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과도 연결된다. OECD의 전망에 따르면 바이오기술은 나노기술 등 타 기술들과 융합하여 2030년 즈음에는 세계 경제에 대규모 변화를 가져오는 이른바 ‘바이오 경제’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경향에 발맞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바이오벤처의 창업이 국가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하고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일명 ‘잡스 법’ (Jumpstart Our Business Starts (Jobs) Act)을 제정해 바이오벤처 활성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법은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들의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주식시장에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건실한 바이오벤처의 탄생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수 바이오벤처 탄생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함께 바이오 전문가도 나서야 한다. 2000년대 초의 과열된 바이오벤처 열풍 탓에 나타났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극복한 알짜 벤처들은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2008~2012년 동안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최우수 저널에 발표한 223편의 논문 중 약 60%는 바이오기술 분야이다.
타 기술분야와 비교하면 바이오 분야가 갖는 학문적 우수성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학문적 성과를 기업가정신으로 연결해 사업화해야 한다. 우수한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는 그 기술이 잘 판매돼 기술료라는 선물이 안겨질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그 기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최우수 연구 성과를 창출한 연구자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바이오벤처를 창업해 기술료를 벌어들여야만 최종적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게 된다. 하지만, 우수연구 성과를 창출한 연구자들을 만나 벤처 창업을 권유하면 제일 먼저 돌아오는 말은 “벤처회사 설립 시 서류나 투자자금 조성 등의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이다.
본인의 기술이 수익모델로 연결되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뒤로하고 창업 초기부터 부딪힐 생소한 상황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고 마는 실정이다.
과학자들이 마주쳐야 하는 이러한 생소한 경험은 전주기적 바이오벤처 지원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대학 등 우수한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바이오벤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사업계획서 작성, 벤처회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 준비와 인증과정 등이 편리하게 지원된다면 좋을 것이다.
또, 생태계에서는 컨설팅을 통해 바람직한 회사성장 모델을 창출하여 기업운영 자금 확보를 도와주며, 벤처회사 간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 비슷하게 부딪히는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올해부터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신설해 운영한다고 한다. 3년간 개별 기업별로 최대 10억을 지원하는데 이는 벤처캐피털 등 민간 투자자가 유망한 기술창업기업을 발굴하여 1억을 투자하면 뒤를 이어 정부가 3년간 최대 9억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각 대학이나 지자체가 벤처 생태계 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한 생태계에서 바이오 연구자들은 자신의 논문이라는 벽돌을 이용해 바이오벤처라는 집을 지어갈 것이다. 지식이 상아탑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기여가 가능한 형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최성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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