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붙이고 없애고… 대기업, 사업재편 ‘가속도’

기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대규모의 새판짜기가 진행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장기화되는 세계경기 침체 속에 체력이 바닥난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군살빼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구조조정 어디에서 진행되나?

우선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그룹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미래의 먹을거리가 될 사업을 키우고 부실한 사업은 축소하고 보강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비롯한 계열사를 쪼개고 붙여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전자부문 수직계열화를 한층 강화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으로 중화학 부문을 정비하고, 삼성증권·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화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사업기반을 강화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에도 체질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지난해 말 대표적인 인터넷서비스 사업인 싸이월드를 독립시키고, 인터넷포털인 네이트를 강화하는 등 SK커뮤니케이션즈에 대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네트웍스는 임직원 수를 줄여 조직을 슬림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견 건설사인 현대 엠코를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했다. 합병사는 화공 플랜트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 건설 수주에 힘을 쏟고, 토목과 인프라 사업은 현대건설이 맡는다. 자동차 중심의 사업구조를 강화하고 비(非) 자동차 부문 계열사 간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기업 구조조정 왜?

재계의 새판짜기는 당장 올해 경제가 걱정돼서가 아니다. 현재의 추세로 나가면 짧게는 2∼3년, 길게는 5∼10년 후 먹을거리가 바닥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돼온 기업 부실을 없애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호황을 누리던 건설·철강·조선·해운·금융 등 국내 주요 산업은 금융위기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직격탄을 맞고 나서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5년 이상 지나면서 그동안 쌓인 부채 등의 부담을 털어낼 필요가 생겼고, 잘 나가는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경제에 새로운 동력이 없어 기업들의 이러한 사업재편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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