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너가 먼저” 참사 속 빛난 살신성인 정신

살신성인 2人
[진도해상 여객선 침몰] 生과 死, 처절한 갈림길… 그들은 남을 위해 죽음을 택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살신성인으로 타인의 목숨을 구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삶’이라는 희망을 남겼다.

주인공은 첫날 처음으로 안타까운 사망을 알려왔던 고 박지영씨(23)와 고 정차웅군(17).

세월호에서 선내 방송을 담당했던 고 박씨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며 끝까지 탑승객들의 안전을 지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故 박지영 씨

학생들에 구명조끼 입힌뒤 “뛰어 내려” 마지막 외마디

故 정차웅 군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 친구에 건네고 바닷속으로

사고 당시 박 씨와 함께 3층 로비에 있었던 김수빈군(16)은 “친구들 10여명과 함께 있었는데 우리에게 ‘구명조끼를 입어라’며 건네고, ‘움직이지 말고 난간을 꼭 붙잡고 있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군에 의하면, 김군과 학생들이 “누나도 구명조끼 입으세요”라고 울면서 소리쳤지만, 박씨는 끝까지 10여 명의 학생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움직이지 말고 끝까지 난간을 붙잡으라”고 지시했다.

김군은 “배가 점점 더 심하게 기울면서 비상구 쪽으로 몸이 완전히 쏠렸는데, 누나가 우리를 다독이면서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 이후 구조대가 도착하자 승무원 누나가 ‘전부 뛰어내려’라고 소리쳐 모두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안산 단원고의 고 정차웅군은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건넸다. 사고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같은 반 학생 김모군(17)은 “차웅이는 원래 친구들 말도 굉장히 잘 들어주고 평소에도 친구를 위해 양보를 잘하던 친구였다”며 “보지는 못했지만, 차웅이는 구명조끼를 벗어주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정군은 평소에도 심성이 곱고 양보를 잘하는 친구로 알려졌다. 활달한 성격에 학교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고 부모 속 한 번 썩인 적 없던 모범생이었다. 특히 검도 3단 유단자로 대학 체육학과에 진학하는 꿈을 가졌었다.

정군의 친구 나정훈군(17)은 “차웅이는 공부도 잘하고 착한 아이였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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