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바다야… 희망마저 삼키진 말아다오”

[진도해상 여객선 침몰] 거센 파도 야속한 하늘… 악천후로 선체 수색 ‘난항’
진도 수색 현장 속으로

짙은 안개 사방 뒤덮여 접근 못하고 주변만 맴돌아

취재진 태운 배도 전복될듯 출렁 서있기도 힘들어

평소에도 조류 빠르기로 유명… 수색하기 최악 조건

수백여명을 태운 여객선을 집어삼킨 진도 앞바다는 우리 모두에게 잔인했다.

민·관·군이 밤낮 없이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에 열을 올렸지만 결국 바다는 거센 비와 바람, 파도를 내세워 실종자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던 온 국민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았다.

17일 오후 1시께 수십여척의 선박 엔진 소리도 강한 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혀버린 전남 진도군 관매도 남서쪽 3㎞ 해상에는 진한 남색의 ‘세월호’ 선수 밑 부문이 약 5m 가량 수면 위에 드러나 있었다.

주변에는 주황색 차단막이 둘러져 있었으나 기상악화로 인해 해경(283명)·해군(229명)·소방(43명) 등 555명으로 구성된 합동잠수팀도 세월호 선수 부근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어렵게 세월호 주변에 접근한 합동잠수팀도 수중에 펄이 많은데다 강한 조류로 시야가 수십㎝에 불과하면서 선체 진입도 어려웠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파도는 약 3m 이상 출렁이며 구조용보트들의 발을 묶어버렸으며 굵은 빗방울과 강한 바람은 배 위에서 온전히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세찼다. 게다가 짙은 안개가 사방을 뒤덮으며 해경과 해군을 비롯한 구조당국의 수많은 선박과 보트들은 세월호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정 크기 이상의 선박과 달리 구조용 고무보트들은 시동을 끈 채 수m 높이로 출렁이는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취재진을 태운 채 조도 어류포항을 출발한 3t급 ‘현덕호’도 거센 파도와 바람에 전복될 듯 출렁였다.

출발할 때와 달리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해상으로 접근할 수록 파도와 바람은 거세졌다. 조타를 이리저리 돌리며 힘겹게 배를 몰아가던 김진수 선장(47)은 취재진에게 “더 이상 접근하면 배가 전복됩니다. 돌려 나가야 되요”라고 소리쳤다.

세월호 약 500m 앞까지 접근했을 때는 조타실 기둥을 두 손으로 꽉 쥐고도 몸이 이리저리 휘청거릴 정도였다.

김 선장은 “나도 다이버(잠수부)지만 이런 날씨에 물에 들어갔다가는 잠수부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면서 “더이상 안되겠다. 배를 돌려야 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날씨가 궂은면서 당초 낮 12시30분 예정됐던 선체 공기주입 작업(에어호스)도 선체진입이 어려워 연기됐다.

이날 구조 작업에 자원했던 민간 잠수부 3명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강한 물쌀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주변을 운항 중이던 민간어선에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한 민간 잠수사는 “사고가 난 곳은 맹골수도 해역으로 평소에도 조류가 빠른 곳으로 유명한데 바람, 파고 등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수색하기에 최악의 조건”이라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해상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던 잠수팀은 오후 6시께 실종자 가족이 운집한 진도 팽목항에서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구조작업이 더뎌지고 있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실종자 수색을 재개하겠다”고 설명하며 가족들의 양해를 구했다.

결국 이날 바다는 온 국민의 소망을 외면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실종자 3명을 뭍으로 올려보내는 것만을 허락했다.

전남 진도=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차디찬 바다서 아이들 떠는데… 구조작업 답답” 분노

기상 악화로 수색 잠정 중단 소식에 한순간 눈물바다

학부모들 식사도 거르고 링거 맞은채… 희망의 끈 못놓아

“구조대는 도대체 무얼 하는건지…. 그저 살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여객선 침몰 이틀째인 17일, 전남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모인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을 비롯한 실종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새벽 0시30분께 진도 팽목항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혹시 모를 구조 소식을 접할까 1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사고지역에 켜 놓은 밝은 조명이 바다 건너로 보였지만 학부모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 A씨는 “밤바다에 조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데 우리 아이는 저 캄캄한 배 안에 있으리라 생각하니 속에 천불이 일어난다”며 “두 손 모아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울먹였다.

오전 7시30분께 민간잠수사들이 팽목항으로 모여 해경 경비정을 타고 구조 작전에 들어가면서 가족들 사이에서 생존자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았고, 뒤이어 실종자 가족들도 2차례에 걸쳐 배를 타고 사고 현장을 방문하며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오전 11시30분께 처음 출발했던 가족들이 돌아오자 이들은 뭍에서 기다리던 다른 학부모들과 부둥켜안고 울며 “잘 될 거야”라며 위로하기도 했지만, 한 학부모는 사고현장을 본 충격으로 실신, 배에서 내리자마자 구급차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머무르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아침식사를 거르는가 하면 일부는 지쳐 쓰러져 의료진에게 링거를 맞는 등 피곤한 모습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오후 1시께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생존자 69명이 적인 문자 메시지가 돌고,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학부모까지 나타나며 체육관에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인해 오후 2시부터 수중 수색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오자 이내 학부모들은 절망감에 휩싸였고, 새로운 생존자도 나오지 않자 체육관은 눈물바다가 됐다.

학부모 B씨는 “체육관에 나와 있는 정부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상황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면서 “이러는 와중에도 우리 애는 차가운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꼭 살아 돌아와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 학부모들은 체육관에 나와 있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구조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고성과 욕설을 퍼부으며 의자와 빔프로젝터 등 집기류를 부수고 체육관을 찾은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분노를 표출했다.

전남 진도=이관주기자 leekj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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