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불안·초조… 트라우마에 빠진 안산을 구하라”

세월호 침몰 참사, 슬픔의 안산시 _ 세월호 침몰사고 6일째

불야성 이룬 상가들 꺼지고

생존학생들 심리적 외상 심각

통합재난심리지원단 운영키로

“이제 TV만 봐도 덜컥 겁이 납니다. 두렵고 불안해 밤에는 잠도 이루기 힘듭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닷새째인 20일. 생존자는 물론 안산시민들은 깊은 충격에 헤어나지 못한 채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인구 78만명의 산업도시가 ‘패닉’상태다.

도시는 낮에도 생기를 잃었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뤘던 안산 광덕대로 상권은 싸늘했다. 사고현장 소식이 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며 불안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날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안산문화광장에 삼삼오오 촛불을 들고 나와 애도를 표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특히 생존 학생의 심리적 외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고현장에서 구조돼 이곳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후송된 70여 명의 학생은 극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않고 있다.

악몽을 꾸거나 사고 현장 당시 기억이 엄습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거나 호흡곤란이나 발한, 강박장애 증상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사고 현장에서 구출된 안산 단원고 학생 김모양(17)이 당일 부모와 함께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이송된 후 퇴원했다가 18일 병원에 입원해 심리 치료를 받는 등 현재 외래 진료 후 귀가한 학생 중 3명이 추가 또는 재입원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지난 18일 고려대 안산병원이 후송된 5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테스트한 결과 학생들의 평균 스트레스 지수가 10점 만점에 7.8 이상으로 대부분 ‘고위험군’에 속했다.

차상훈 안산병원장은 “안정을 찾아 겉으로 밝아 보이는 학생도 50% 이상은 심리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속적인 심리검사와 상담을 통해 PTSD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침몰 사고의 직ㆍ간접 여부와 관계없이 도시 전체가 ‘트라우마’에 빠지면서 시민사외 단체와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본격 전개되고 있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피해 학생과 가족,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는 안산시민의 심리 치료를 위해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운영한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대 안산병원(1층과 2층)을 비롯해 각 장례식장, 안산시정신건강증진센터 등 모두 3곳이 마련돼 있다. 24시간 운영되며 방문상담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이번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동요할 수 있는 안산지역 학생들을 돕기 위해 안산 전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21일 심리지원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한신경정신학회 등과 함께 자원인력을 조직하고 안산지역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등과 지역 시민상담소를 빠른 시간 안에 설치 운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황정은 도 합동현장지휘본부 대변인은 “부상자와 사망자 가족들이 며칠째 병원과 빈소에 머물고 있어 집에 있는 어린이와 노인들에 대한 돌봄이 필요해 졌다”며 “피해자 가족과 학생, 안산 시민에 대해서 심리치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재원ㆍ정자연ㆍ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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