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노후 여객선 수두룩… 제2 세월호 불보듯 세월호 침몰 참사 9일째
여객선사, 선령 제한 30년으로 늘자 중고 배 앞다퉈 수입
국제선은 10척 모두 15년 이상… 中 대련행 무려 26년
인천항 연안여객선 19척 중 10년 이하 선박 고작 6대뿐
‘일본에서 20년, 한국에서 10년, 그리고 동남아로’
일본에서 1994년 6월 첫 취항했던 세월호가 2013년 3월 국내에서 운항을 시작, 선령이 19년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인천항을 운행하는 국내 여객선 상당수가 선령 20년이 넘은 노후배로 제2의 세월호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국내 선령을 30년으로 늘리자 여객선사들이 앞다투어 외국에서 퇴출당한 중고 여객선을 들여와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인천항을 운항 중인 여객선은 13개 연안 항로에 19척과 10개 한~중 국제 항로에 10척 등 총 29척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항 전체 여객선 30% 이상인 10척은 선령이 20년이 넘는 ‘중고 배’다. 이들 여객선은 일본 등지에서 20년 가까이 사용되다 한국으로 흘러오고, 한국에서 다시 10년 정도를 더 운항하다 동남아 국가로 넘어간다.
즉 ‘해양선진국’에서 사용되는 여객선이 ‘해양중진국’으로 갔다가 ‘해양후진국’으로 소유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인천~중국 대련을 오가는 A선사의 12만t급 카페리는 지난 1988년 6월 일본 미쓰비시가 건조한 것으로 선령이 무려 26년에 달한다. 또 중국 단둥에 지난 1998년 첫 취항한 16만t급 여객선과 2004년 진황도 항로에 투입된 12만t급 카페리도 각각 1995년 건조돼 올해로 선령 20년을 맞는다.
일본의 선박법에서 세월호 같은 2천T급 이상 여객선의 내용 연수를 1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해수부가 선박점검을 강화하는 조건을 걸어 선령 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천항 연안여객선 19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령 10년 이하의 선박은 고작 6척인 반면 10~15년 1척, 15~20년 6척, 20년 이상된 여객선도 6척에 달한다.
이처럼 여객 선사들이 중고 선박을 도입하는 이유로는 배를 새로 만들 자금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침몰한 세월호급 여객선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600억~1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청해진해운 측은 중고선 도입에 약 150억원 가량만을 들였다.
이런 가운데 중고 선박일수록 제대로 된 유지·보수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수리 등의 운항관리 비용을 아끼려 이를 등한시하고 선박 안전 점검 및 운항 허가를 맡은 관계 기관도 형식적인 점검에 머물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20년이 선령 기준인 일본 등지에서 수명을 다 한 여객선을 저렴한 가격에 도입, 국내 규정에 맞게 고친 후 운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유지·보수만 제대로 된다면 선령은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안전한 운항을 감시·감독하는 항만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인성기자 isb@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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