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복마전으로 지목된 해운조합이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 들통 났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업계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 관련 자료를 파기한 혐의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장 이 모씨와 팀장급 1명 등 2명을 지난 29일 구속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해운조합 서울 본부와 인천지부 소속 운항관리실 등 2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인천지부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내부 문건을 대량 파기하고 컴퓨터 자료를 삭제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증거인멸 내용 조사와 함께 해운업계의 오랜 고질적 비리 전반에 대해 철저하고 엄격하게 수사해야 한다.
그동안 해운업계에선 여객선 출항 전 안전점검과 관련한 뒷돈 거래가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사(船社)들이 여객선 출항 때마다 안전점검 기관인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 관계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50만~100만원씩 건네는 것이 관례라고 밝히고 있다. 해운조합이 안전점검을 지침대로 하면 3시간 이상 걸려 제시간 출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검시간을 줄이려고 금품이 오간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으로 여객선 점검이 10~20분 만에 끝나기 일쑤라니 안전상태가 제대로 점검될 리 없다. 전문가들은 세월호도 사고 당일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의 대충 점검으로 화물 적재량이 크게 초과 된데다 컨테이너 등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은 채 출항, 과속 급선회하면서 과적 컨테이너와 차량이 한쪽으로 쏠려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리 의혹은 또 있다. 해운조합은 지난해 담보 가치도 없는 세월호를 담보로 청해진해운에 운영자금 20억원을 대출해줬다. 대출 당시 장부 가격 168억원인 세월호는 이미 산업은행에서 빌린 128억원(76%)의 담보권이 설정된 상태였다. 후순위 대출은 담보 잡힌 금액이 담보물 가격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합의 대출 내부 규정을 어긴 특혜 대출인 것이다.
또 해운조합은 해운사들이 피해를 부풀려 지급한 보험금 중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되돌려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인천지역 8개 선사 대표 모임인 ‘인선회’로 부터는 조합 간부들이 해외 골프대접을 받은 것도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정·관계 로비 의혹과 함께 인천항만청과 해경 등엔 추석 떡값을 돌린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력을 집중, 해수부 등 퇴직 공무원 본거지의 하나인 해운조합이 저지른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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