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도정 8년’]GTX 교통혁명을 꿈꾸다

날마다 서울 출퇴근 전쟁… 도민 고통 해소위해 ‘GTX사업 시동’

▲교통지옥 이제 그만, 가족과 함께 아침이 있는 삶

#13년째 동탄신도시에서 살고 있는 회사원 정모씨. 회사가 있는 종로 2가까지 가는 출퇴근 길은 언제나 지옥이다. 매일 아침 6시40분께 출근길에 나서는 정씨는 꼬박 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도 서울의 사무실에 도착하면 시곗바늘은 오전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버스도 항상 만원이다. 더운 날이면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 안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여기에 회식이라도 있는 날이면 귀가 버스가 마땅치 않아 외박도 하는 경우가 있다. 매일 새벽같이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도 모른다.

정씨의 핸드폰 안에는 여섯살짜리 막내딸이 “아빠, 집에 언제 와요? 빨리 오세요. 보고 싶어요”라며 해맑게 웃는 동영상이 저장돼 있다. 정씨는 이 동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을 저민다.

그러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면서 정씨의 생활이 바뀌었다. 동탄역에서 삼성역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도착할 수 있어 교통지옥에서 해방됨은 물론 퇴근 후에는 2시간 가량 여유가 생겨 아이들에게 아빠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정씨의 일상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전에는 꿈도 못 꾸었을 아침식사다. 늘 분주하고 정신없던 아침이었지만 GTX로 줄어든 출근 시간 덕분에 온 가족이 아침마다 식탁에서 웃음꽃을 피울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연모씨의 꿈은 서울 근교로 이사 가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흙을 밟게 해주고 싶은 그녀지만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GTX가 개통되면서 연씨의 작은 소망은 가능해졌다. GTX를 이용하면 삼성역에서 일산역까지 22분 만에 도착할 수 있어 출퇴근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연씨는 아이들과 농장체험도 할 수 있는 서울 근교로 이사 갈 계획을 세우느라 매일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위의 사례들은 지난 2009년 경기도가 발행한 ‘우리는 GTX를 타고 미래로 간다’에 수록된 GTX 개통 후 변화될 가상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GTX 추진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위 사례들은 이제 머지않아 우리의 모습이 될 전망이다.

도에 따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매일 3시간 이상 길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지난 2007년 조사된 수도권 교통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4조5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GTX가 개통되는 2020년께는 교통지옥뿐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질게 될 것으로 보인다.

▲7년간의 외침… 드디어 응답했다

‘뻥 뚫린 경기도’ㆍ‘사통팔달 경기도’를 외친 김문수 경기지사는 민선 4ㆍ5기 도정을 운영하면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할 과제로 ‘수도권 교통난’을 꼽았다. 이러한 김 지사에게나 수도권 시민들에게 2014년 2월28일은 매우 특별한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이날 국토해양부는 김 지사의 최대 역점 사업이자 수도권 교통혁명을 가져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경기도는 GTX A노선(일산~동탄, 73.7㎞)과 B노선(송도~청량리, 48.7㎞), C노선(금정~의정부, 45.8㎞) 3개 노선 동시추진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이날 발표에서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A노선의 비용대비편익비율은 1.33, B노선은 0.33, C노선은 0.6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준인 1.0을 넘긴 A노선은 즉시 추진하고 BㆍC노선은 재기획 및 보완 과정을 거쳐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경기도가 기대했던 3개 노선 동시착공은 아니지만 GTX 사업 추진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 2007년 처음으로 GTX라는 구상을 내놓은 지 7년 만으로, 김 지사의 외침에 정부가 7년 만에 응답한 것이다.

GTX가 처음 논의된 것은 지난 2007년 동탄 2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을 논의하면서다. 한해 앞서 경기지사에 당선된 김 지사는 자신이 내건 ‘뻥 뚫린 경기도’라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동탄 2신도시의 광역교통대책의 하나로 ‘동탄~강남 간 대심도 급행철도’를 추진하기로 정책적 결심을 내린다.

대심도 급행철도는 지하 40~50m에 구축되는 철도로, 토지보상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깊은 지하이기 때문에 건물에 방해를 받지 않고 노선을 직선화할 수 있어 최단거리 노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는 대심도 급행철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서울과 경기남ㆍ북도를 하나로 잇는 ‘광역철도망’을 구상하게 되고 2년여 간의 연구와 토론 끝에 지난 2009년 4월 ‘GTX 수도권 교통혁명 선포식’을 개최하며 GTX를 세상에 처음 공식적으로 공개한다.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줄임말로 G는 Great, Green, Global, Governance 등의 의미가 있다. 즉 수도권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수도권 경쟁력을 높이는 교통대안이라는 뜻이다.

도는 GTX 추진을 공식화한 뒤 수차례 정부에 건의하고 수차례 자체적인 세미나 및 연구, 포럼 등을 실시했으며 이러한 도의 노력 끝에 지난 2011년도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 GTX 사업이 포함되면서 정부가 GTX 사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국토부는 이 사업을 ‘정부고시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GTX 건설을 주창한 지 8년 만에 드디어 GTX 착공이 현실화되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후 불용처리되었지만 2012년 1월 GTX 기본계획 용역비 50억원이 국비에 반영되면서 GTX 관련 국비가 처음 반영됐됐다.

도는 또 올해 GTX 관련 국비로 삼성~동탄 구간 실시설계비 120억원, 삼성~동탄 외 구간 기본계획 용역비 100억원, KTX와 함께 사용되는 공용구간인 수서~동탄 구간에 조성될 GTX 정거장 2곳의 건설비 등 총 326억원을 확보, GTX 건설을 주창한 지 8년 만에 드디어 GTX 착공을 실현했다.

국토부가 즉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A노선의 총 사업비는 4조9천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3개 노선을 동시에 추진하면 총 13조6천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예산은 국비 4조9천억원, 민자 5조9천억원 등으로 마련되며 도는 오는 2016년 노선 공사를 시작으로 2020년께는 GTX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TX가 개통되면 동탄~삼성 18분, 일산~삼성 22분, 의정부~청량리 12분 등 경기도와 서울 도심지가 30분 이내로 접근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도권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던 GTX…뚝심으로 이뤄내다

GTX 추진 소식에 경기도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GTX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 후 고양 한류월드 인근 호텔용지 및 테마파크 부지 매입에 대한 문의는 예전보다 30%가량 증가했으며 GTX 노선이 지나는 도내 시ㆍ군의 부동산 매매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두가 GTX 사업을 환영했던 것은 아니었다.

GTX 사업을 처음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제안했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처음 GTX를 제안 했을 때 김 지사는 크게 공감하며 수도권의 교통 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많은 전문가와 언론 등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었다”며 “당시 우리나라에는 지하 깊은 곳에서 달리는 대심도 급행철도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십수조원이 소요되는 예산에 정부도 고개를 저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낸 이 전 사장은 GTX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GTX가 처음 공개된 지난 2009년 많은 전문가는 지하 깊숙한 곳에서 공기는 어떻게 환기시킬 것인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도가 생기면 지상의 건물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등 다양한 우려를 제기했었다.

그러나 김 지사와 이 전 사장 등은 GTX가 수도권 교통의 혁명일 뿐 아니라 동경과 런던, 파리 등 세계적 메가시티와 경기도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김 지사와 이 전 사장은 전문가와 언론에 GTX를 이해시키기 위해 지하 100m에서 달려 이제는 지역의 명물이 된 모스크바 지하철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1930년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지하 100m 부근에서 달리지만 환기시설과 안전장치 등을 훌륭하게 갖추고 있으며 하루 900만명의 발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베를린과 파리 등 유럽의 지하 급행 철도 등도 국내에 소개되면서 GTX에 대한 우려가 기대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GTX추진시민연대 등 GTX 추진을 염원하는 도민들의 자발적인 모임도 탄생하기 시작했다.

GTX에 대한 김 지사의 뚝심은 ‘서상교 경기도철도물류국장 스카우트’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GTX 사업 실현에 일등공신을 꼽히는 서 국장. 그러나 서 국장 역시 GTX 사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전문가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건설본부장을 역임한 후 퇴임해 대기업 자문으로 활동하던 서 국장은 지난 2009년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가 주관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 서 국장은 경기도가 광역급행철도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의 위치, 역 간 거리, KTX와의 조화 방안 등이 부족하다며 날 선 지적을 했다.

김 지사와 이 전 사장 등은 이러한 서 국장의 지적을 그냥 흘려듣지 않고 곧바로 보완ㆍ수정 작업에 착수, 이후 토론회에서 서 국장을 감동시켰다.

서 국장은 “처음 GTX에 대한 경기도의 구상을 들었을 때는 정말 준비가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지적을 했는데 다음 토론회에 참석해 보니 내가 지적한 부분이 전부 보완돼 있었다”며 “그것을 보며 GTX에 대한 경기도와 김문수 지사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 GTX 사업에 내가 직접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GTX 사업에 많은 지적을 쏟아냈던 서 국장이 GTX 사업에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2009년 11월 경기도 녹색철도추진본부 본부장으로 임명했고, 서 국장은 김 지사와 함께 경기도 GTX 시대를 열었다.


김지사, GTX 말… 말… 말…

역대 경기지사 중 가장 오랜 기간 경기지사를 역임한 김 지사는 도민을 위해서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지사는 수도권 교통혁명을 가져올 GTX와 관련해서도 많은 말을 남겼다.

“GTX 조기착공, 4대강보다 중요하다”

지난 2009년 9월17일. 철도의 날을 하루 앞두고 열린 한국철도포럼 초청 특강에서 “4대강 사업에는 찬성하지만 4대강 사업 때문에 철도예산을 줄이면 안된다”며 “GTX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속히 마쳐달라”고.

“GTX 지연은 정부의 정권 말 눈치 보기”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2012년 10월30일. 용인시에 위치한 KTX와 GTX 공용구간 수서~평택 공사 현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실·국장 회의서 GTX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늦장 행정이 대한민국 발전 저해”

지난해 4월24일 군포시에서 열린 현장 실ㆍ국장 회의에서 “GTX 예비타당성조사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며 “GTX를 조기 착공해야 경제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결국 늦장 행정이 대한민국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

“교통지옥 두고 ‘국민행복’ 할 수 없다”

지난해 6월19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참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경기·인천·서울 공동 협약식’에서 “GTX가 수도권의 출퇴근 교통지옥을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긴요한 사안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면서 “(박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주창하는데 교통지옥을 두고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해.

 


<인터뷰> 한국개발연구원(KDI) 여흥구 예비타당성조사1팀장

2007년 처음 GTX 사업이 추진되면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안고 거침없이 추진되던 GTX 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한동안 발이 묶였었다. 당초 1년가량이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던 GTX 예비타당성 조사는 2011년 12월 시작돼 2014년 2월에서야 발표돼 다양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GTX 예비타당성조사를 총괄했던 KDI 여흥구 예비타당성조사 1팀장에게 GTX 예비타당성조사 과정 및 결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경기도가 제안했던 3개 노선 중 A노선(일산~킨텍스)만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예비타당성조사는 주어진 조건에 대해 일정한 공식을 적용해 계산된다. 연구원들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조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B, C노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했으니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 조건이 변경되면 결과도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GTX 사업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떠한 생각을 했었나.

연구원들은 사업을 예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GTX 사업은 최근 국가가 추진하는 철도 사업 중 가장 큰 사업이다. 처음 이 사업을 접했을 때 ‘정말 크다’ㆍ‘분석이 쉽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철도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예비타당성조사가 너무 오래 걸렸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영향으로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워낙 규모가 큰 사업이고 우리나라에 대심도는 처음 구축되는 것이어서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 GTX사업에 대해 향후 전망을 해본다면.

정부가 사업추진을 결정했으면 어떻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13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GTX 사업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GTX 사업은 수도권 교통문제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성공적인 사업으로 마무리됐으면 한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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