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 대응 고심

‘선행교육 규제법’ 9월 시행… 취지는 좋지만 고교들 수학 과목 등 진도 ‘딜레마’
선행 학습 못해… 수능일 직전까지 수학 수업 우려

인천지역 일선 학교가 ‘선행교육규제 특별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특히 모든 교과과정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맞춰 운영하는 일선 고교는 수업 진도 등을 결정하는 데 혼란을 겪고 있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국회에서 정규과정 및 방과 후 수업의 선행교육과 시험 문제 출제 시 수업 진도를 벗어난 문제를 낼수 없도록 규정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9월12일 시행)됐다.

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선행교육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교육비 인상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는 특별법이 통과된 후 수업 진도 결정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법률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률적인 시행은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교 수학 과목이다. 다른 교과목과 달리 단계형 학습인 수학은 수능 일정에 맞춰 2학년 때 모든 진도를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더는 선행교육을 할 수 없게 돼 학교 측은 수능일 직전까지 수학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수험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집중적인 문제풀이로 실전 연습을 해야 할 시기에 여전히 수업 진도를 나가야 한다.

인천 A고교 수학 교사는 “2학년 말께 수학 과목의 진도를 모두 마치고, 3학년 때부터는 문제풀이만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별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이같은 학습 체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학교별, 수준별로 실력 차이가 뚜렷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행교육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다른 문제점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특별법 자체가 공교육에 대한 ‘발목 잡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 교육컨설팅 대표는 “사교육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학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특별법으로 이를 통제한다면 이들 학생은 결국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세부적인 지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 혼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법에 대한 매뉴얼과 세부 지침이 결정된 이후에는 일선 학교의 혼란이나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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