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어디까지가봤니] 소래포구

도심 속 ‘에코벨트’ 발걸음을 멈추다
어시장서 ‘회’ 한접시 뚝딱 아련한 ‘협궤열차’의 추억

햇살이 마음을 살짝살짝 간지럽힌다. 괜시리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하니 창가에 앉아 하루에도 몇번씩 하늘을 올려다본다. 영화 속 어느 여주인공이 썼던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작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의 묘미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설렘, 소소한 즐거움이 추억으로 남는 낭만,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휴식,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행복, 이런 것이 아닐까싶다. 이 모든 것을 도심 속에서도 누릴 수 있다면, 생활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여유롭게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소래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쉬어가는 법을 알려주는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작은 항구가 반겨주는 소래포구, 나무그늘이 손 내밀어주는 인천대공원,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은행나무가 있는 만의골, 부담없이 하늘까지 닿게 해주는 소래산은 도심에서도 자연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에코벨트(eco belt)’다. 도심 속 여행의 시작과 끝은 발걸음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고 좋은 것을 맛보고 재미난 것을 손에 쥐어볼 수 있다. 일상을 바쁘게 뛰어왔다면 소래 앞에서 잠시 속도를 줄여 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대보다 훨씬 큰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 ‘천국’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로 가득한 곳이 있다. 잔잔한 바다에 몸을 내맡긴 통통배와 갓 잡아올린 듯한 싱싱한 해산물을 보다보면 비릿한 바다내음조차 느낄 새도 없이 회 한 접시가 저절로 생각나는 이곳은 바로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래포구’다.

소래포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염전이 있었고, 이곳에서 나온 소금을 실어나르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지나가던 곳이다. 지난 1937년 개통돼 1995년 12월 31일 폐선될 때까지 수원과 인천을 오가며 서민들의 애환과 수많은 연인의 추억을 담은 수인선 협궤열차는 더는 볼 수 없지만, 소래포구의 철길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바닷길을 건너는 다리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다리를 건너면 어시장으로 연결되는데, 이곳 소래포구 어시장은 무엇보다 꽃게가 유명하다. 소래포구에서 나온 꽃게를 ‘소래 꽃게’라고 따로 명칭해 부를 정도니, 그 유명세는 말로 다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소래포구 어시장이 꽃게의 제철인 4~6월에 도떼기 시장으로 변모하는 이유도 다 소래 꽃게 덕분이다. 알을 품 속에 고이 품은 채 커다란 대야를 가득 채운 꽃게는 지나가는 손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곳 상인들의 장사 수완도 일품이다. 손님과 끊임없이 가격 흥정을 벌이는 이들 상인의 눈빛은 바로 앞에 진열된 해산물 보다도 더 생기가 가득하다. 싱싱한 꽃게의 유혹에 이기지 못해 행여나 상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느새 양 손에는 꽃게가 한가득 들려있을 정도다.

이밖에 어시장에서 파는 새우, 젓갈 등도 시민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많은 손님과 상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주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싱싱한 해산물이 선보이는 이곳 어시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아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어시장이 유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횟집도 따라오는 법인가 보다. 소래포구 어시장 인근에 위치한 횟집만 무려 100여 곳에 달한다. 이곳 횟집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은 따로 정해진 식탁과 의자가 없다는 것이다.

횟감을 뜬 손님들은 여기저기 자리를 깔고 앉아 소박한 식사 자리를 마련한다.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앞으로 크게 연결된 벤치는 그야말로 1등석이다.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을 거하게 들이키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캬’하고 군침을 삼키며 인생의 참맛을 느껴볼 수도 있다.

소래포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회가 전부는 아니다. 소래포구는 회 말고도 각종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특히 대게 모양으로 생긴 ‘대게빵’은 남녀노소 하나씩은 꼭 사먹어 보게 되는 이색 먹거리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국화빵에도 국화는 없지만, 대게빵에는 엄연히 대게가 들어가 있어 한 입만 베어물어도 특유의 고소한 게 맛이 느껴질 정도다.

한 연인이 대게빵을 집어들고, “니들이 게맛을 알어?”라고 모 연예인의 흉내를 내는 정다운 모습 또한 이채롭다. 노점에서 판매하는 즉석 어묵 또한 지나가는 사람마다 침을 꿀떡 삼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묵의 고향이 그 아무리 부산이라 하더라도, 바다내음을 잔뜩 머금은 소래포구의 어묵만은 못할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 나무젓가락과 함께 들린 어묵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장시간 길을 걷더라도 전혀 힘들지 않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다. 옛 추억을 물씬 느끼게 만드는 번데기와 삶은 고둥도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먹거리다.

다양한 먹기로와 즐길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소래포구에 시선을 끄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소래포구 어시장과 소래역사관 사이에 있는 ‘장도포대지’가 대표적이다.

적의 포격을 방어하고 아군의 사격을 편리하도록 소래포구 인근에 세워진 장도포대지는 지난 2001년 4월 2일 인천시문화재사료 제19호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서해안으로 들어오는 외세의 침입을 막는 목적으로 지난 1879년 7월(고종 16년)에 세워진 진과 포대를 볼 수 있다.

어린시절 소래 모습 간직한 ‘소래역사관’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어시장 옆에 자리 잡은 ‘소래역사관’은 인천 남동구가 49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해 지난 2012년 6월 29일 개관했다. 소래역사관은 지하1층, 지상 2층 등 모두 3층의 규모에 전시장·영상실·수장고·학예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지면적은 1천234㎡에 연면적은 1천425㎡에 달한다.

소래역사관은 지상 1·2층에 구성된 전시장에서 소래어촌의 전통 및 생활사, 소래염전의 유래, 소금생산과정 및 도구 등의 전시, 그리고 소래역사(驛舍), 수인선 협궤열차 등의 추억과 낭만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또 BF(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통한 시설관리를 바탕으로 장애인도 쉽게 역사관을 방문하고, 불편 없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상설전시실은 소래 지역을 대표하는 4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소래갯벌과 수인선 테마가 각각 지상 1·2층에 나뉘어 전시 중이다.

전시의 흐름은 2층 소래역 대합실을 시작으로 소래지역의 옛 모습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소래역은 수인선 협궤열차가 개통된 지난 1937년 신설돼 60여년 동안 인천 시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 해오다 1994년 폐역돼 역사 속으로 사라져 더이상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이러한 소래역 대합실을 소래역사관을 통해 다시 만나면서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추억 속 소래포구의 모습으로 빠져들 수 있다.

글 _ 김미경·박용준·김민 기자 kmk@kyeonggi.com

사진 _ 장용준 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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