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천시교육감 선거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꼴찌’, ‘비리 교육청’, ‘식중독 교육청’ 등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수년 동안 온갖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좋은 인재들이 서울이나 경기도로 빠져나가면서 인천의 학력은 향상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인천시로부터 법정전입금 등이 제때 지급되지 못하면서 시교육청은 항상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시교육청 스스로 변화를 위해 인사시스템 개선 등 많은 탈바꿈을 했지만, 매년 추락하는 청렴도 순위만큼이나 수장인 교육감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번 교육감 선거에 시민이 거는 기대도 크다.
12년 동안 시교육청을 책임지던 현 나근형 교육감이 출마하지 않으면서 각양각색의 교육계 인사들이 교육감 선거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선거에서 3천여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이청연 후보를 비롯해 인천의 양대산맥인 인천대와 인하대 총장 출신의 안경수 후보와 이본수 후보,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태 후보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후보들이 인천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 3保1進 다자간 경쟁 구도
6·4 인천시교육감 선거는 김영태·안경수·이본수 등 3명의 보수 후보와 이청연 진보 단일 후보가 다자간 경쟁을 벌인다.
이청연 후보는 지난 2월 ‘2014 교육자치 인천시민모임’에서 치러진 진보 단일화 경선에서 김철홍, 도성훈, 임병구 등 다른 진보 교육계 인사를 제치고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김영태·안경수·이본수 등 3명의 보수 후보는 수개월에 걸친 보수 단일 후보 선출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일부 보수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선거 유세 기간에 보수 후보 사이에서 허위 사실 유포, 불법 선거 유인물 고발 조치 등 각종 네거티브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보수 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청연 후보는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현 나근형 교육감에게 3천551표 차이로 석패한 경험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을 비롯해 교육위원 등을 역임한 이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와신상담하며 이번 선거를 준비해 왔다. 진보 단일 후보로서 민주노총, 전교조 등 막강한 지지세력을 확보한 가운데 수년 동안 자리를 맡아온 인천시 자원봉사센터 회장으로서의 인지도도 매우 높다.
김영태 후보는 40년 교육 현장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인천 계양고·계산고에서 교장을 역임하는 등 학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김 후보는 장학사·장학관·교육연구관 등도 맡으면서 시교육청 내부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을 맡으면서 최근 원로 교직원 55명으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는 등 인천 보통 교육계의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안경수 후보는 인천대 총장 출신으로, 인천대를 국립대로 전환하는 데 일조한 고등 교육계 인사다. 자신을 ‘불도저’라고 할 만큼 강한 추진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인천아카데미 이사장과 인천교육포럼 대표를 맡으면서 인천 교육 현안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안 후보는 학생들의 인성교육 등을 강조하며, 인천 교육을 행복 교육으로 만든다는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본수 후보는 교육봉사단체인 ㈔사랑의 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인하대 총장을 역임하면서 인하대를 전국 대학 순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등 기관 운영 능력이 뛰어난 인사로 뽑힌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 참여했던 조병옥 전 교육위원의 지지세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 후보는 ‘소통하는 교육감’을 앞세워 세를 계속 키워나가고 있다. 또 전교조 등 진보 교육 단체를 견제하는 선거 공보물을 내놓는 등 김영태, 안경수 후보와 함께 보수 후보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 보수 교육감 vs 진보 교육감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는 현 나근형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보수 교육감 후보의 승리로 마감됐다. 당시 이청연 후보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뒤늦게 진보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인천 시민은 나 교육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선거도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1명의 진보 단일 후보와 다수의 보수 후보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로 치러진다.
그러나 지난 선거와는 선거전 양상이 판이하다는 분석이다. 인천지역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지난 선거의 패배를 교훈 삼아 지난 2월 이청연 후보를 다시 한번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김영태·안경수·이본수 등 보수 후보도 보수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경선룰 갈등 등 진통 끝에 상호 비방전이 난무하는 모습으로 보수 단일화는 일단락됐다.
일찌감치 진보 단일 후보로 뽑힌 이청연 후보는 3개월여에 걸쳐 진보 세력을 결집하고, 각종 진보 시민단체와 정책 협약 등을 체결하면서 세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지난 지방선거와 같은 야권 연대 바람이 불지 않는 점이 이청연 진보 단일 후보에게 오히려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보수 후보 중 안경수·이본수 후보처럼 인천을 대표하는 대학 총장 출신이 출마했기 때문에 인지도 싸움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천 교육계 원로 교직원들은 김영태 보수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까지 하다.
지난 선거의 설욕을 다짐한 이청연 진보 단일 후보의 승리일지,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안경수 또는 이본수 보수 후보의 승리일지, 평생을 학교 현장에서 뛰어온 김영태 보수 후보의 승리일지에 이번 선거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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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학생안전’과 ‘학력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화재 등 재해로부터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학교시설안전점검센터를 설치하고, 진학지원센터를 설치해 진학 및 진로지도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인천의 학력을 다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안경수 후보는 학생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사고·술·담배·학교폭력 등 학교 4대 악을 근절하고, 유아교육 공공성 확대를 위한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을 증설하는 등 교육복지를 바로 세운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또 교육 신문고 등을 설치해 인천시교육청의 청렴도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본수 후보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 조전혁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함께 수도권 공동 협약을 체결해 각 지역 교육청이 앞장서 학생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는 방안을 핵심 공약으로 뽑았다. 각 지역 학생들이 현장체험학습으로 이동할 시 해당 지역 교육청이 나서 학생을 보호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또 이 후보는 초교 1~3학년 과정에 1인 연속 담임제를 시행해 학생들의 인성 강화를 추진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청연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핵심은 혁신학교와 교육혁신지구 운영이다. 교육감 임기 4년 동안 40개의 인천형 혁신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지역별로 교육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방과 후 학교 운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교육감이 직접 챙기는 학교 안전을 통해 학교폭력 등 위험 요소가 없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 등을 강조하고 있다.
김민기자 suein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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