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불 시대로 못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토론이 있었는데, 의외의 결론이 나왔다. 바로 ‘우리사회에 끼어들기, 새치기가 만연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온 국민의 가슴에 침몰돼 버린 세월호가 그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은 그야말로 ‘끼어들기 문제점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불법 구조변경에, 임시직 선장에, 과적에, 책임감과 매뉴얼을 내팽겨 쳐버린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행태 등등….
‘세월호’가 아니라 ‘새치기호’였다.
정말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나라는 애도, 슬픔, 분노로 인해 마치 엔진이 꺼져버린 자동차처럼 멈춰 서 버렸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더 근원적인 문제도 있는데, 바로 국민들로 하여금 준법의 필요성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한 것이다. 세월호 침몰로 사망한 대부분이 선생님 말 잘 듣는, 법 잘 지키는 소위 우리 사회 모범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교차로에서 교통 근무를 하다보면 각기각양의 얌체 같은 ‘끼어들기’를 보게 된다. 이는 교통사고와 교통체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어리석고, 끼어들기 해서 빨리 가는 사람이 똑똑하다’는 비정상적인 풍조를 조성하는 주 원인이다.
올해 남양주경찰서에서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로 ‘끼어들기’ 단속을 선정하고, 팔을 걷어 붙였다.현재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끼어들기’ 단속 실적의 570%를 단속하고 있는데,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적 자체보다는 시민들로 하여금 준법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요 근래에 ‘끼어들기’ 단속 현장에는 시민들이 교통단속 경찰관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파이팅을 외쳐주는 보기 드문 광경이 목격되고 있다.
시민들의 박수에는 단속 경찰관에 대한 격려, 끼어들기 운전자에 대한 고소함이 모두 녹아있을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끼어들기는 안 된다’는 ‘공감’과 ‘나는 끼어들기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공감’과 ‘다짐’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켜켜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도 점점 더 건전하고 건강해 지리라고 확신한다. ‘끼어들기’ 단속이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그치지 않고 ‘차례대로 순서를 지키는 성실한 사람이 대접 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류주열 남양주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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