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함 속에 숨겨진 부조리 파헤치다

이승우 아홉번째 소설집 ‘신중한 사람’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 문단이 사랑하는 작가 이승우의 아홉번째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刊)이 출간됐다.

‘오래된 일기’(2008) 이후로 6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이다.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 ‘칼’을 비롯한 ‘리모컨이 필요해’, ‘신중한 사람’, ‘오래된 편지’, ‘이미, 어디’, ‘딥 오리진’, ‘어디에도 없는’, ‘하지 않은 일’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승우는 지난 33년간의 저작을 통해 폭넓은 소설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탐사하는 초월적 주제에서부터 신화적 세계를 경유한 다양한 물음들로 한국 소설의 형이상학적 폭과 깊이를 넓히고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죄의식에 대한 깊은 탐구와 더불어 인간 심리의 미로, 욕망의 어두운 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또 그간 작가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세계관이 결집돼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표제작 ‘신중한 사람’은 ‘신중함’ 때문에 계속 곤경에 빠져 들어가는 사람 Y의 이야기다.

“신중한 자는 보수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신중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며 산다. 현상이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현상을 유지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길 수 있는 시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그 때문에 때때로 비겁해진다. 그럴 때 먹은 것이 얹힌 듯 가슴이 답답해서 가끔 쿵쿵 소리 나게 가슴을 때렸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신중한 사람」)

이처럼 이번 소설집은 삼엄한 윤리적 자기 성찰을 통해 일상적인 ‘신중함’ 속에 숨겨진 부조리를 들추는 동시에, 주저하고 우회하고 되돌아가는 사유와 논리의 집요한 문장을 통해 생의 한복판에 감추어진 일면의 진실을 끊임없이 일깨우려 한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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