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태풍 없고 마른장마 덕(?) 출하량 넘쳐 채소값 ‘반토막’ 매출 부진에 상인들도 한숨
마른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찾아왔지만 채소값이 여전히 낮아 농가는 물론 상인들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휴가철에는 채소 소비량이 많아 ‘금채소’로까지 불렸지만, 올해에는 채소가 수개월째 평년의 절반가로 판매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1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유통되는 무, 양파, 대파, 상추, 마른고추 등의 도매가격이 평년에 비해 30%씩 낮으면서 바캉스 시즌에도 가격 회복을 못 하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기준 4㎏ 기준 상추 중품 가격은 1만3천8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천230원에 비해서는 48.1%, 평년기준인 2만134원에 비해서는 35%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파와 양파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중품 ㎏당 각각 730원, 366원으로 지난해 1천13원, 705원보다 30.8%, 44.7%씩 가격이 내려갔다.
또 600g 기준 5천900원에 거래되는 마른고추는 지난해 6천985원보다 15.5%, 8㎏에 7천582원인 수박 중품도 1년 사이 1만1천592원에서 34.6%나 떨어졌다.
이는 올 들어 일조량이 좋았던데다 마른 장마로 태풍이 없는 탓에 밭작물 피해가 적어 산지 출하량은 많은 반면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 등으로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채소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밭작물 재배 농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용인시 백암면에서 2만3천여㎡ 부지 30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 쌈채 등을 재배하는 P씨(54)는 채소값이 반 토막 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P씨는 “작황이 좋아도 도매가가 워낙 낮아 인건비에 하우스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여섯 명씩 고용하던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바캉스철에는 쌈채 판매가 활개를 쳐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매출부진으로 상인들도 고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L씨(36)는 “채소는 공산품처럼 계속 쌓아둘 수가 없어 공급가보다 조금 웃도는 선에서 묶음판매, 대폭 할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휴가철에 쌈채 등의 판매가 늘어난다 해도 가격 하락폭이 워낙 커 별다른 수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T관계자는 “물량증가와 수요감소가 겹쳐 채소가격이 하락세이긴 하지만 7월 하순 들어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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