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정 아동이 사는 지역사회의 최일선에서 아동을 위한 방과 후 보호를 위해 공부방으로 시작된 민간차원의 사업이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으로 점차 정부의 운영지원금과 지역자원을 동원해 20~30명의 아동에게 정서·건강·학습·안전영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아동이 사는 가정을 위한 부모교육 및 복지서비스 연계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 센터당 월 300만 원 남짓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원 예산 중 60%가량(180만 원)을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장은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생활복지사도 겨우 1명을 채용해 100만~120만 원의 급여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들 센터는 운영 매뉴얼 상 20~30명의 직원을 둔 복지관과 큰 차이 없는 사업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구비 서류 목록은 부족한 인력으로 채울 수 없을 만큼 많다.
투명한 회계를 위한 현금출납부·총계정원장·후원금대장·지출결의서·월말결산서·연말결산서·안전점검일지 등은 물론이다. 특히 올해부터 모든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사업이 시행되면서 센터에서 제공되지 않는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과 가족을 가려내 지역사회네트워크를 통한 지원연계를 해야 하고, 이에 개인신상정보·가족환경정보·건강검진기록·상담일지·프로그램 계획서 프로그램 운영일지·프로그램 평가보고서·연고자 상담 기록지·아동 위험도 사정지·심화 집중사정지·개별 발달 지원 계획표·타기관의뢰서·사례관리 과정일지 등 새로운 구비 서류가 추가됐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사회복지 종합 시스템 안에 모든 기록을 등록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 직원들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서류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님과 같은 사랑스러운 손길이 그리운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듬어야 하는 센터장들은 사례관리를 통한 지역연계를 하느라 회의를 찾아다니기 바쁘고, 생활복지사는 아이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모두 보건복지부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어진 센터는 자신도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다.
프로그램 품질이 전산 시스템 입력으로 담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누구를 위한 정보관리 시스템인가?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문서 관리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또 지역아동센터의 쾌적한 환경 조성과 고급 인력 배치를 위한 인건비 지원이 전제되면 프로그램 품질은 보너스로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지역아동센터 이외에도 방과 후 보호 인프라는 너무 많다. 여가부·교육부·복지부에 관련사업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흩어져 있는 사업비를 모으고, 전달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묘안을 논의해보길 바란다.
영혼이 건강하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좌절되지 않는 지역아동센터가 돼 집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아이들의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현순 경인여대 사회복지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