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중국의 공자, 인도의 싯타르타 등이 이 시기의 이러한 변화를 이끈 대표적 인물들이었으며, 이후 오늘날까지의 철학과 종교의 발달은 바로 이 결정적 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말한다.
모든 극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이 바로 이 시기에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시기의 비극은 그저 귀족들의 심심풀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복잡한 인간사에서 야기되는 수 많은 질문과 대답, 인간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신을 무엇이라고 상정할 것인가 등의 철학적 몸부림들이 시와 음악 그리고 춤으로 정제되어 무대에 올려진 것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이다.
이러한 비극에서는 인간의 고통과 신의 문제에대한 명료한 고답적 해결책을 결코 부여해주지 않는다. 비극의 관객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했듯이,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compassion)하여 겪는 ‘정화(catharsis)’의 경험을 통해 무어라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일종의 공동체적인 인간이해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닮으려는 르네상스 후기의 노력이 오페라라는 장르를 꽃피웠으며, 바로크 음악양식의 장단조를 기반으로 한 조성음악의 기틀을 마련해주었다. 오늘날까지 걸작으로 각광받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인간에 대한 진솔하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과 이해를 잘 짜여진 시와 음악 그리고 여러가지 상징으로 버무려낸 것들이다.
훌륭한 작품일수록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인간본성이 대본과 음악을 통해 미묘하고 예리하게 표현되어 나타나며, 관객으로 하여금 무어라 말로 할 수는 없지만 심오한 공동체적 인간이해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필자는 오는 9월 3일과 4일에 가톨릭대학교 음악과 학생들과 푸치니의 라보엠(La bohme)을 무대에 올린다. 흔히 가난한 젊은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하는 이 작품은 사실 그보다는 소외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따듯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플롯은 가난하지만 꿈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없는 비정한 현실을 넌지시 고발하기도 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여주인공 미미의 임종을 지켜보는이가 되게 만들어 우리가 일상에서 치워두었던 삶과 죽음의 문제, 인간의 고통과 신의 문제 등을 등장인물들과 공감(compassion)하게 이끈다.
미미가 숨을 거두자 로돌포는 마치 다른 모든 언어를 잊은 듯이 “미미!”라고 그녀의 이름을 외칠 뿐이다. 뒤따라 흐르면서 작품 전체를 종결짓는 오케스트라의 후주는 작품의 모든 슬픔과 갈등을 응축해 낸 가장 압도적인 지점이다.
필자는 재능과 열정이 있는 학생들과 그야말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꽉 짜여진 연습일정으로 올해는 여름휴가도 없다. 하지만 좋은 공연이 기대된다.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울고 웃는 올 여름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휴가가 부럽지 않은 카타르시스의 향연이기 때문이다.
양승렬 수원오페라단 지휘자•미주리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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