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마다 예술옷 입고… ‘문화 1번지’ 화려한 부활
이 같은 결과는 주민과 예술가, 지자체(남구)가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구는 빈집을 구입해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입주시설인 ‘레지던시’로 조성하는 등 문화마을을 향한 환경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숭의동은 특화된 문화예술을 통해 붕괴된 원도심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한편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마을로 재건, 새로운 문화적 볼거리가 가득한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 작가와 주민 소통으로 탄생한 우각로 문화마을
인천시 남구 숭의동 107번지 옛 전도관 일대 ‘우각로’(牛角路) 마을(1만 700㎡)은 지난 2003년부터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 지연으로 현재 빈집이 증가하고 남은 주민들은 서로 눈인사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냉담했다.
그랬던 마을이 지난 2011년 10월 인천의제21, 시민단체, 예술가들이 빈집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초기 예술가들의 우각로 마을 입주는 일부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쉽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을 일일이 만나 설득,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재개발 시작 전까지 작업 공간으로 쓰기로 하고 우각로를 청소했다.
이후 예술가와 주민은 소통을 시작했고, 빈집에는 새로운 지붕이 올라가고, 갈라진 회벽은 화사한 파스텔 벽으로 바뀌는 등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특히 낯선 이들의 방문을 꺼렸던 마을에서는 7번째 문화콘서트까지 개최했다.
현재 우각로 마을에는 10명이 넘는 각 분야 예술가가 입주해 주민과 상생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마을기업인 ‘행복창작소’를 개설,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공예 예술가 박승화씨(43)는 “재개발 때문에 빈집이 늘어나 치안·위생·안전 등의 문제가 있었던 곳이었는데, 구와 함께 이곳을 예술인의 장소로 만들어보려 애썼다”면서 “단순히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도예공방, 체험활동, 문화예술교육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을 통해 인천의 관광지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 쇠락한 목공소 밀집지역의 부활
경인전철 제물포역~도원역 주변(숭의 1·3동 291~321번지)은 낡은 저층 상가와 주택이 즐비하다. 이곳 대부분은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숙련공을 중심으로 30여 개 목공예점과 목공소가 밀집돼 있었다. 그러나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이곳을 찾는 이보다는 상인 수가 더 많았다.
이 같은 마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해 3월 안전행정부의 희망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마을 창작공방이 문을 열게 됐다. 여기에 구가 나서 이곳 상인과 주민의 의견을 반영, 제물포와 도원역 주변 1만 400㎡에 20억원을 들여 목공예 특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목공예 마을은 현재 주민과 함께 가꾸는 주민참여형 체험프로그램을 비롯해 목공거리 조성, 산책로 조성, 벽화, 펜스, 카페, 육교 전망대, 목공센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꽃과 의자로 가꾼 골목길’로 우수사례 입선,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과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려 1980년대 전성기를 끝으로 시장기능을 상실한 평화시장(숭의동 124번지)이 주민과 예술인, 청년창업자 등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장터로 거듭나고 있다.
1971년 지어진 평화시장은 지하 1층, 지상 4층의 상업과 주거용 철근콘크리트 건축물로 내부에 삼각형 광장을 갖춘 구조로 현재 101곳의 점포 중 50여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평화시장을 살리고자 구와 상인이 손을 잡았다. 구는 올해 초 시장 기능을 상실한 평화시장 내 상점 6곳을 매입, 리모델링을 거쳐 하반기 창작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창작공간이 문을 열게 되면 공모를 통해 주민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작가와 청년창업자를 선정,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어우러진 문화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평화시장은 문화장터의 탄생을 알리기 위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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