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인생들의 ‘밑바닥 삶’ 슬프고 따뜻한 위로 선물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풀리지 않는 인생, 고단한 밑바닥의 삶이 천명관 특유의 재치와 필치로 살아나는 여덟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귀하게’ 태어났지만 처연하게 객사해 중음을 떠도는 ‘죽은 자’의 이야기를 다룬 ‘사자(死者)의 서(書)’, 한때 잘나가던 트럭운전사였지만 이혼 후 가족이 함께 밥도 먹지 않는 하루살이 막노동꾼 이야기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지만 ‘파리지옥의 끈끈이’에 들러붙어 괴로워하는 파탄 난 가족이 등장하는 ‘전원교향곡’, 삼만원의 행운을 바라며 매일 밤 어두운 도로를 오가는 대리기사들 ‘핑크’, 혹은 섬에서 혹독한 삶을 감내해내야 하는 질투 많은 여자들 ‘동백꽃’, 20년 이상 출판사에서 일하며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새 잠들지 못하고 길고 외로운 시간을 견뎌내는 편집장이 주인공인 ‘파충류의 밤’ 등 고통받고 방황하는 절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담아낸다. 게다가 작품 ‘전원교향곡’의 경우 젊은 귀농 부부가 꿈꾸던 시골에서의 삶이 유쾌하고 흥겹게 완주되지 못하고 파탄 나는 모습을 서글프게도 그리고 있다.
작가 천명관은 이들에게 “그래, 까짓것. 거칠게 한판 살다 가는 거다. 인생 뭐 있나?”라고 응원하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육체노동자들은 목소리가 크다.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다. 술집을 가든 당구장을 가든 제일 큰 소리로 떠드는 이들은 노가다들이다.
이처럼 천명관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와 밤새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현실에서 종종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주인공이 우리 자신이라는 자연스러운 착각에 빠진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우리는 자주 이 공허하고 막막한 질문 앞에서 머뭇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작가는 조용히 등을 토닥이며 슬프고도 따뜻한 유머를 선사한다.
한편, 천명관 작가는 지난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에 소설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고래’로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2’,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가 있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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