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관심과 관계가 사람을 살립니다

올해로 56세인 K씨는 대기업 임원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생활을 해오던 중 지난 2010년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죽음의 고비를 구사일생으로 넘겼다. 그러나 K씨는 오른쪽 팔과 다리에 감각을 잃었고, 어눌한 언어와 인지 상태로 사회활동을 더는 할 수 없게 돼 집안에서 가족과 간병사의 도움으로 벌서 4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K씨는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막고, 잔존 능력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운동치료는 물론 언어치료와 인지치료 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건강보험법에 따라 K씨가 받을 수 있는 치료는 일주일에 한 번뿐인 운동치료가 전부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수중치료 같은 병행이 필요한 치료법은 모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K씨가 모든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이 된 K씨에게는 모든 것이 장애 요소다. 아파트 주변에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 자신은 물론 휠체어를 밀어주는 가족 또한 초죽음이 된다. 정돈되지 않은 보도블럭, 불쑥 튀어나오는 계단들 때문이다. 고궁 등 문화재의 입장료가 무료이면 무엇하나? 돌길, 흙길, 높은 문턱 때문에 K씨는 돌아설 수밖에 없다. 외식이라도 하려면 음식점 문 앞에 계단이 있는지, 화장실은 어떤 구조인지, 식탁은 좌식만 있는지 등도 미리 답사를 해야 한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고자 지역사회 내에 주간보호센터나 복지관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관은 지적장애 아동 중심의 치료 프로그램이 많을 뿐, 성인 중심의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또 연령이나 학력, 사회적 배경이 고려되지 않는 단발성 프로그램들이 많아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도 않다. 주간보호센터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

K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보호되거나 감금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는 장애인답게 불편을 감수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라도 감지덕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적인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됨에 있어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불편과 희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절실하다. 특히 장애와 빈곤을 동일시해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할 대상이라는 발상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 패턴을 가진 소비자 또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의 획일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문화센터처럼 다양성이 존중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인들이 수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보다 편리한 생활 반경 안에 위치해야 한다.

K씨는 사고 전 사진 찍는 취미생활을 즐겨왔으며, 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오른 손을 사용하지 못해 왼손으로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은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 K씨는 이 같은 정보를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 할 수 있는 이와의 만남을 원한다.

K씨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장애인들이 장애 이전의 상태를 그리워하며, 절망하고 고립돼 삶을 포기하기 보다는 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름을 이해 받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현순 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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