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직장 만들어야 농민에 최고의 서비스 가능
평소 말수가 적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인 김 지부장은 지난해 4월 노조지부장에 취임한 뒤 ‘내가 먼저 바뀌어야 직원들도 바뀐다’는 생각에 웃음기 가득한 밝은 표정으로 출근길을 나서고 있다.
김 지부장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는데 지부장에 취임한 뒤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고 운을 뗀 뒤 “웃음을 전파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애교 섞인 피해(?)는 오히려 직원들간 교감을 나누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화성·수원지사의 터줏대감
지난 91년 3월 흥안농조(농어촌공사 화성·수원지사 전신)에 입사한 김 지부장은 화성·수원지사의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2012년 1년간 고향인 경북 상주지사에서 근무한 이력을 빼곤 20년 이상을 이곳과 경기지역본부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김 지부장이 없으면 지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귀뜸해준다. 묵묵히 자기 일에 전념하는 스타일인 그가 지난해 노조지부장에 당선되고 가장 먼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바로 ‘즐거운 직장을 만들자’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를 수행하는데 사실 애로사항도 있었다.
김 지부장은 “화성·수원지사에 근무하는 54명의 직원들은 모두 엘리트인 동시에 개성이 강해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기가 사실 쉽지 않았다”고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김 지부장은 전체 직원들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열어 동료애를 느끼는 자리를 만드는 한편 업무 특성상 수시로 직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조언을 마다치 않는 큰 형같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런 김 지부장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화성·수원지사가 예전과는 달리 개성 강한 직원들이 하나 된 모습으로 강한 팀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의 한 직원은 “평소 조금은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화성·수원지사의 산증인 김상도 지부장 본인이 먼저 긍정 마인드로 바뀌면서 동료 직원들도 변하고, 지사도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오랜 기간 지사와 함께 한 김 지부장의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김 지부장은 농사를 짓는 아버지 밑에서 어린시절부터 밭일을 하고 모 심고 벼를 베는 등 자연스럽게 농업을 알아가게 됐다. 그렇게 맺은 농업과의 인연은 91년 농어촌공사에 들어온 뒤 24년째 이어지면서 농업인들의 실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사실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해 몇 년간 건설 회사를 다닌 외도(?) 경력을 제외하고는 항상 농업과 함께해 왔다”면서 “회사를 다닐 때는 당연한 일이고, 나중에 정년이 돼서 회사를 떠나더라도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태어난 고향은 경북이지만 농어촌공사에 입사한 뒤 수원으로 이사 온 만큼 이곳은 제2의 고향과 같다”며 “화성·수원지사 발전과 이 지역 농업인들에게 더 큰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닿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들 공부시키다가 시작한 늦깎이 공부… 그리고 취득한 박사학위
김 지부장은 박사다. 정확히 말하자면 토목 구조공학 박사. 2006년 중학생이던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시작했던 늦깎이 학업이 박사 학위 취득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3년 9월 중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지부장은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 시간을 쪼개가며 학업에 열중했다. 직장생활과 가장 노릇을 병행하며 힘들게 취득한 학위인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김 지부장은 “사실 힘들 기도 했지만 늦게 시작한 공부가 재미도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기쁨이 두 배”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요즘 공공기관 이전으로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관들이 하나둘씩 지방으로 떠나면서 안팎으로 시끄러운 게 사실이다. 농어촌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9월 본사가 나주로 이전하면서 경기지역본부와 각 지사로 전입하려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본사와 지역본부, 지사의 직원들간 보이지 않는 눈치 보기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본사에 다니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지역본부와 지사로 옮겨오고 싶어 하는데 그렇다고 정해진 정원에 그들 때문에 우리 동료들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며 “노조지역본부장과 각 지부장들이 모여 타 시·도 직원은 본사를 거쳐 지역본부로, 본사 직원이 지사 근무를 희망할 경우 지소에서 근무하게 하는 등의 인사 원칙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시설 및 용수 관리를 하는 것은 내 주 업무이지만 지부장으로서 동료들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 또한 나에겐 큰 소임”이라며 “이것이 나를 지부장으로 선출해준 동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덧붙였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큰 형같은 존재가 될 것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지난 1년여간 동료 직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김 지부장. 그래서 남은 지부장 임기 동안만큼은 소통하고 함께 하는 지사 만들기에 올인하겠다고 말한다.
김 지부장은 “앞으로 각 부서별로 간담회와 식사 시간도 별도로 가져 직원들의 애로사항도 듣고 평소 고민했지만 쉽게 말하지 못한 얘기들을 많이 들을 생각”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쳐 지부가 그리고 지역본부가 또 본사가 해 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최대한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지부장은 “기본적으로 노조는 강해야 하지만 노조원들끼리는 유함도 함께 하는 지부를 만들고 싶다”면서 “한쪽에 치우치는 강함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하게 강하고 유한 지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화성·수원지사가 전국 최고의 지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금은 수줍고 내성적이지만 열정적이면서도 소탈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정 많은 김 지부장의 모습에서 ‘수원에는 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성·수원지사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머지않아 최고의 지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글 _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사진 _ 김효진 경기일보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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