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떠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핑계로 추진된 ‘국가 프로젝트’이지만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이 과연 어떤 발전을 가져올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지난 7월 전주 혁신도시로 농촌진흥청이 이전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자 전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농진청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기 빠진 굳은 얼굴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수도권에 두고 자신만 전주의 조그마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라는 슬픈 현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전 문제는 가족 분열만 가져온 게 아니다. 이전부지 매입과 본사 신축, 사택 마련 등에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기존 지사들의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할 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실례로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는 40년이 넘은 건물을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사항이 한둘이 아니라고 직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불륜 문제를 걱정하는 직원들도 있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보다 더 가까워지는 직원 간의 이성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대다수 수도권에 터를 잡았던 공공기관들이 진주, 전주, 나주 등 경상도와 전라도로 이전하면서 소위 ‘윗분 관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 작업을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를 관리해야 하는데 공공기관 본사들이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면 관리가 안 돼 결국 원하는 ‘머니(money)’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획과 예산, 홍보를 담당하는 서울팀 구성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핵심 부서를 뺀 지방 본사는 의미가 없다고들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이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이 가져온 갖가지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해당 기관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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