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과 사회구조 꿰뚫는 통찰

김영하, 5년만의 산문집 ‘보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여온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이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당대 최고의 젊은 작가라는 신뢰를 주는 김영하 작가가 신작 산문집 ‘보다’(문학동네刊)을 펴냈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산문집에서 그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리하고도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준다.

예술과 인간, 거시적 또는 미시적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26개의 글을 개성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묶은 이 산문집에서, 독자들은 인간 내면과 사회 구조 안팎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영하의 문제적 시선과 지성적인 필치를 만날 수 있다.

1부에서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정확하게 관통해내는 글들을, 2부와 3부에서는 소설과 영화를 지렛대 삼아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불투명한 삶을 비추는 그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4부에서는 좀더 미세하게 우리가 사는 사회를 들여다본다.

단연 압권은 이 산문집의 맨 앞에 놓여 있는 ‘시간 도둑’. 작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절대적 조건으로서의 ‘시간’ 역시 사회적 불평등 현상으로부터 예외가 아님을 간파해낸다. 그는 우리가 익숙하게 만나는 풍경들, 지하철 안에서 무가지 대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계급·계층에 따라 불균등하게 형성되어 가는 시간을 발견해내고 이러한 시대에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켜낼 것인가 묻는다.

 

김영하 작가는 “제가 늘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일들을 실제로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어떤 일들이 사회에서 또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고,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이번 산문집에서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 현상들을 때론 무릎을 치게 하는 촌철살인으로, 때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한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조망해내는 안목과 기술이 탁월하다.

한편 이번 산문집은 ‘보다-읽다-말하다’ 3부작 중 그 첫번째에 해당한다. 이후 석 달 간격으로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다룬 산문집 ‘읽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행해진 강연을 풀어 쓴 글들이 담긴 산문집 ‘말하다’가 출간될 예정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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