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경기도] 경기지역 단풍명소 6選

아! 가을, 붉게 물든 10월의 세상

등산의 매력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지 않다. 그 과정에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이 든 가을 산행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가을 산행은 ‘천천히 감상’하는 것에 묘미가 있다. 굳은 다짐을 한 채로 산의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이라도 10월에는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절정을 맞은 산의 자태를 충분히 만끽할 필요가 있다.

1년에 단 며칠만을 허락하는 단풍을 품은 매혹적인 가을 산이 아니던가. 올해 첫 단풍 예상시기는 평년보다 1~4일 늦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0월 3일~18일 중부지방에서 첫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풍은 하루에 20∼25㎞씩 남쪽으로 이동해 설악산과 전남 해남에 있는 두륜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한 달 정도 차이를 보인다. 지하철로 한 시간, 수도권 지역의 단풍명소를 알아봤다.

억새산행은 덤 ‘명성산’

명성산은 강원도 철원군과 경기도 포천군의 경계에 있다. 산자락의 산정호수와 어우러진 운치가 뛰어나고 산 전체가 암릉과 암벽으로 이루어져 산세가 당당하고 남으로는 가파르나 동으로는 경사가 완만하다. 산세가 아름다우면서도 코스가 가파르지 않아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단풍 산행에 임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명성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억새 군락지이다. 삼각봉 동쪽 분지의 화전민터 일대는 억새풀이 가득한 초원 지대이다. 억새는 정상까지 능선 따라 군데군데 있으나 화전민터 일대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수도권에선 당일코스로 가볼 만한 억새군락지가 흔치 않으니 한번쯤 가볼 만하다.

정상은 민등봉이나 수려한 전망이 일품이며, 남쪽으로 이어진 12봉 능선의 모습 또한 장쾌하다. 능선에서 우거진 억새풀밭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이에 지루한 줄 모르고 걷게 된다.

산정호수에서 산행을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 산행, 가족 산행으로도 인기 있는 코스.

▶등산 코스 기점(등산로 가든) - 비선폭포 - 등룡폭포 - 억새밭 반환점 - 삼각봉 - 자인사 - 기점(6.3㎞ 3시간 30분 소요)

곳곳이 절경인 ‘용문산’

양평 용문산 하면 천연기념물인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떠올리지만, 가을이면 용문산의 단풍 역시 일품이다. 산정상에서 뻗어 내린 암릉과 암릉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계곡들과 단풍 숲이 절경을 이룬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며 형형색색으로 물든 가을 들녘과 유명산, 중원산, 도일봉 등의 높고 낮은 산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산 남쪽 끝의 바위봉우리인 해발 900m의 백운봉은 평지인 주변의 형세에서 갑자기 찌른 듯이 솟아올라 있어 ‘한국의 마테호른’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풍경을 드러낸다.

수많은 바위들과 계곡의 물줄기가 단풍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것.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의 단풍을 감상하는 것도 가을 산책의 즐거움을 더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 1100년, 밑둥 둘레가 14m, 높이가 62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은행나무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생존하고 있는 은행나무들 중에서 가장 크고 우람하며 오래 된 것으로 용문사 대웅전 앞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의 용문산은 교통이 좋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청량리에서 열차를 이용 용문역에서 내려 산행할 수 있는 철도 산행지이기도 하다.

▶등산 코스 사나사 - 주능선안부 - 함왕산성터 - 947봉 - 동남릉 - 상원사 - 용문사 - 신점리 주차장(12㎞ 4시간 30분 소요)

계곡을 둘러싼 색다른 단풍 ‘명지산’

수도권에 인접한 명지산은 연인산과 화악산 등 다른 산줄기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풍성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골이 깊고 곳곳에 급경사가 숨어 있는 험한 산세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 잘 보존된 유려한 단풍을 마주할 수 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굴참나무 군락, 전나무, 고사목 등이 한데 어우러진 숲이 조성되어 있어 단풍과의 조화도 멋스럽다. 명지산 단풍 구경은 산 입구인 익근리에서 출발한다.

여기선 여러 산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각양 각색의 단풍이 한눈에 들어온다. 익근리에서 계곡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명지 폭포가 보인다.

기암괴석에 둘러쌓여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는 계곡을 둘러싼 단풍의 색다른 경치가 감상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명지산 정상에 오르면 화려하게 물든 용문산 봉우리와 북한강 물줄기,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계곡 물이 한데 어우러져 펼쳐지며 힘든 산행을 잊게 하는 장관을 드러낸다.

▶등산 코스 백둔리종점 - 명지산2봉 - 정상 - 승천사 - 익근리 하산 (6시간 소요)

운악산의 노란빛 단풍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과 가평군 하면을 경계 짓는 운악산의 단풍은 붉은색대신 노란색과 갈색이 대세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길원 목장 뒤편 대원사 주차장을 통해 산길로 막 접어들면 단풍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붉은 기운으로 시작하나 골짜기를 벗어나면서 산색은 일순간 갈색이 섞인 노란 빛으로 바뀐다.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리는 오악 중가장 수려한 산으로 현등산이라고도 불리운다.

산중턱에서 신라시대 법흥왕 때 창건한 절 현등사가 있고 동쪽 능선은 입석대, 미륵바위, 눈섭바위, 대스랩의 암봉과 병풍바위를 비롯 20m의 바위벽에 직립한 쇠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있다.

암벽코스와 평탄한 등산로를 함께 지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라 길이 아닌 곳은 다른 산에 비해 위험하다. 현등사 위의 철사다리가 설치된 부근이나 정상의 서쪽아래 100m 폭포 쪽은 간혹 사고가 발생하니 주의할 것.

▶등산 코스 운악산휴게소 - 230m 신선대 방향 이정표 - 630m 이정표 - 1,160m 이정표 - 1,500m 이정표 - 1,630m 방향표지판 - 1,900m 이정표 - 2,250m 방향표지판 - 2,800m 방향표지판 - 제2정상(해발934m) - 제1정상(해발935.5m), (2시간 소요)

계곡 따라 소나무 숲길과 단풍길 비경 ‘소요산’

경기지역 최고의 단풍 비경은 단연 ‘소요산’이다. 해발 587m의 나지막한 산으로 주말 산행과 가벼운 하이킹코스로 손색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단풍 길은 소요산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단풍 숲이 우거진 1㎞ 남짓한 산책로는 이미 입 소문이 자자한 명소.

오염되지 않는 청정 계곡을 따라 자리한 소나무 숲길과 단풍길을 오르다 보면 화려한 자태를 과시하는 풍경에 절로 매료된다.

원효대사가 고행수도 했다는 원효대를 비롯해 자재암, 백운암 등의 사찰, 요석공주가 살았던 궁터 등 곳곳에 문화재가 있으니 여유롭게 둘러보자.

산자락의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친 곳으로 원효가 요석공주와 인연이 있은 후 심산유곡인 이 곳을 찾아와 수행하다가 절을 지었다.

수행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 자재무애의 수행을 쌓았다 하여 자재암이라 했다. 자재암 주변엔 아담한 물줄기의 폭포가 널려 있다. 원효폭포, 옥류폭포, 청량폭포, 선녀탕 주변도 멋스러운 풍광을 드러내며 자연석굴인 나한전과 산중턱의 금송굴도 신비롭다. 입구에 주차장이 넓게 조성돼 수도권지역의 일일관광코스로 인정받는 곳이다.

▶등산 코스 일주문 - 자재암 - 하백운대 - 중백운대 - 선녀탕 - 자재암 - 일주문 - 관광지원센터(거리 5.71㎞ - 1시간 30분 소요)

남한산성의 단풍터널 장관

남한산성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의 해발 460m나 되는 고원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요새지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임을 밝힌다.

이 산성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외침을 막기 위해 토성을 쌓았던 것을 후에 여러 번 고쳐 지었다가 조선 광해군(1608년) 때 본격적으로 개축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병자호란 때는 인조가 피신해 수천여 명의 병사와 분투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남한산성의 광주방면으로 난 동문 길은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 곳으로, 붉은 단풍 물결이 옛 성곽과 어우러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동문 못지 않게 가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로는 성곽을 따라 멀리 적군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세운 수어장대가 있다.

높은 기둥 위에 대들보와 동자기둥이 시원하게 받치고 있고 조형미가 빼어나, 그 옆에서 바라보면 시원한 전망이 일품이다. 성내 최고봉인 청량산에 오르면 멀리 인천지역의 낙조와 서울은 물론 경기도 양주시, 여주군, 양평군, 용인시, 고양시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남한산성이다.

▶등산 코스 산성종로(로타리) - 북문(0.4㎞) - 서문(1.1㎞) - 수어장대(0.6㎞) - 영춘정(0.3㎞) - 남문(0.7㎞) - 산성종로(로타리 0.7㎞) (거리 3.8㎞ 소요시간 1시간 20분 소요)

글 _ 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 _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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