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원시 자랑스러운 시민표창장’ 수상…“수원에서 단독공연 목표”
세상엔 참 많은 가수가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가수로 데뷔하고 음반을 내고, 수없이 많은 경연대회에 참가해 기량을 뽐낸다.
무엇보다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가요시장에서 새 앨범을 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작사ㆍ작곡료, 녹음비, 홍보비용 등을 감안하면 10곡짜리 정규 앨범 제작에 1억원 안팎이 든다. 가수 활동과 생계를 병행하면서 생활인으로 살고 있는 상당수 가수들에겐 버거운 수준이다.
성인가수들의 경우는 더하다. 우선 웬만한 인기가수가 아니면 대중에게 얼굴 한번 알리기 어려운 구조다. KBS ‘콘서트7080’,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을 제외하면 이들을 소개하는 변변한 방송 프로그램 하나 없다. 이마저도 출연 경쟁이 치열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본인만의 보이스와 매력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받으며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12년째 살아남아 노래하고 있는 가수가 있다. KBS도전주부가요스타와 전국노래자랑 출신으로 지난 2003년 1집 ‘목로주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앨범 7장을 내고 ‘전국구 가수’로 활동 중인 가수 정은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은씨는 수원지역에선 꽤나 유명한 노래강사로 통한다. 매산동ㆍ화서동ㆍ파장동ㆍ고등동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넘게 노래강사로 활동 중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신의를 지키는 것이 가수 정은의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조건을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시간, 장소 따지지 않고 무대가 있는 곳, 노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수원 지역 각종 축제부터 요양병원, 양로원, 복지관, 교회, 교도소 등이 그녀의 단골무대다.
그뿐 아니라 몇년 전에는 여주와 남양주시에서 콘서트를 개최해 수익금 전체를 장학금으로 기부한 통근 여자이기도 하다. 이름 정은도 ‘정으로 나누는 은혜로운 세상’이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살다보니 살기 힘든 시절, 극복하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찾아올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버티고, 또 버텨서 지금까지 가수로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노래로 행복과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노래하는데 좋은 무대가 어디있고, 안 좋은 무대가 어디있습니까? 단 한 명의 관객이 있는 곳도 무대는 무대입니다.”
이처럼 투철한 사명감과 나눌줄 아는 마인드로 지역문화발전에 앞장서며 헌신과 봉사의 정신을 높게 평가 받아 그녀는 올해 ‘수원시 자랑스러운 시민표창장’을 최근 수상했다. 비록 톱스타는 아니지만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은 톱스타들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힘든 가수활동을 하면서도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데는 나름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두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막내딸이 중학교 시절부터 이유없이 쓰러지고 몸이 아파서 마음 고생이 컸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지고 다치면 수술하면 되는데 이건 변명이 없으니 엄마로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어요. 방송 펑크도 내고 그 세월 말로 다 못하죠.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어느 날 제가 노래봉사하러 같이 갔는데 그때 딸이 삶의 의지를 찾고 그때부터 약을 먹고 운동을 했죠. 요리 관련 자격증도 따고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기적같은 일이죠.”
딸의 건강회복 소식만큼이나 그녀를 행복하게 만든 소식은 또 있었다. 정은이 부른 MBC 아침드라마 ‘잘났어 정말’(극본 박지현, 연출 이민수, 김용민)의 OST ‘안아줘요’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J2가 작사, 이종수 작?편곡한 ‘안아줘요’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으로 정은만의 독특하고 부드러운 보이스와 극 중 민지수(하희라)가 지고 지순한 사랑을 준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좌절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내용의 슬픈 가사가 조화를 이루며 극의 감정몰입을 한층 더 높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꾸준히 활동하니 드라마 OST에 참여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어요. 성인가요 시장이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전하고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수는 방송출연하기가 너무 어려운 게 현실인데 이번 OST 참여는 더 많은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2년째 ‘노래’와 ‘봉사’로 성인가요 시장 왕좌를 꿈꾸고 있는 가수 정은. 그녀가 말하듯 변함없는 순수함과 열정으로 정글같은 가요계에서 계속 버티고, 버티길 기대해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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