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자주 배가 아프다는 아이, 언제 병원에 가야할까?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소화기 질환으로 내원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소견은 바로 복통, 즉 배가 아프다는 증상입니다. 복부는 두부, 흉부와 더불어 그 안에 여러 내부 장기를 포함하고 있는 기관이며, 다른 기관들에 비해 다양한 위치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다양한 모양의 장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통증의 원인 또한 여러가지 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복통에는 기간에 따라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복통과 수주 혹은 수 개월간 반복되는 만성 복통으로 나뉠 수 있는데, 소아 청소년 연령에서의 만성 복통은 워낙 그 원인이 다양하고, 개인마다 복통을 느끼고 견디는 양상이 달라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기질적인 원인을 의심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모든 질환이 전형적이지는 않겠지만, 기질적 원인을 의심해서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한 증상들은 대개 다음과 같습니다.

5세 미만의 아이가 잦은 복통을 호소한다거나, 설명할 수 없는 발열과 함께 복통이 동반될 경우, 점차적으로 체중이 감소될 경우, 복통으로 인해서 자다가 깨는 경우, 또한 주기적인 혹은 담즙이나 혈액이 포함된 것과 같은 의미있는 구토를 하는 경우에는 소아 소화기 전문가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비뇨 생식기 증상이 동반된다거나 만성적으로 심한 설사나 야간 설사가 반복될 경우, 성장 속도의 감소나 사춘기 지연 소견이 동반되는 아이들이 만성 복통을 호소한다면 역시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검사를 받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장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거나 연하 곤란이 발생할 때, 통증이 배꼽에서 먼 부위에서 나타나거나 복부에서 어떤 원인 모를 종괴가 만져질 때도 기질적인 원인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증상들이 모두 어떤 심각한 질병을 나타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원인이나 경우에 따라 한 두 가지 증상이 유발될 수도 있고, 단순 변비와 같은 심하지 않은 질환으로 인한 식욕 감소로 인해 복통과 체중 증가 부진 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복통을 가진 아이나 그들의 부모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불안과 우울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통이 걱정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질병을 발견하고, 또는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안심과 격려와 같은 인지 행동 치료가 재발성 복통에 유효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문헌을 통해 입증된 사실입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없거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하여, 복통이 소위 말하는 ‘꾀병’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증상이 중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내시경 같은 침습적인 검사를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간단한 방사선 소견이나 혈액학적 검사, 대변과 소변 검사, 혹은 방사선의 위험이 없는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자주 배가 아프다는 우리 아이에서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보인다면, 적절한 진찰과 검사를 통해 질병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한 증상이 없더라도 그로 인해 아이나 가족이 불안하다면 전문가에 의한 진료를 통해, 질병의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내 아이의 일상 생활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대용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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