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의 본찰’ 용주사는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용주사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정조대왕의 애틋한 효심을 읽을 수 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제궁인 ‘용주사’라는 이름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용주사의 대웅전 주위에는 여의주를 문 용들이 10수 이상 조성돼 있다.
‘조선불교통사’의 기록에 의하면 정조대왕과 보경대사의 만남은 용주사를 개창하기 전에 ‘부모은중경’을 매개로 이뤄졌다고 한다.
정조대왕은 본래 성리학에 밝은 대유학자인데, 보경대사로부터 ‘불설부모은중경’이라는 책을 받아 크게 감촉받았다. 이 은중경에서의 효(孝)는 ‘보은(報恩)’이라는 개념이 중시된다.
지금까지 조선의‘삼강행실도’ 등에서 강조하는 효는 아래로부터위로 향하는 효를 강조한다.
그러나 은중경에서의 이 보은은 필연적으로 쌍방적, 상호적 성격을띠고 있다. 보(報)가 있기 전에 반드시 은(恩)이선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은(恩)이란 위로부터 아래로 베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무량한 은혜이다.
따라서 ‘부모은중경’의 훌륭한 의미는 관습적으로 강요하는 복종의 효의 윤리를, 크고 넓은 자비의 윤리로 바꾸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동안의 효의 대상이 모두 아버지 중심이었음에 반해 이 은중경에서는 어머니의 무한한 은혜에 대한 효가 강조되어 있다.부처님께서 수많은 대중들과 함께 구도수행을하시다가 한 무더기의 뼈 무덤을 보고 오체투지하여 절을 올린다.
이에 놀란 아난존자는 부처님이야 말로 삼계의 큰 스승이요, 중생의 자비로운 아버지로서 모든 사람들이 귀의하는 큰 스승이온데 어찌하여 저 뼈 무덤에 절을 하시느냐고 묻는다. 이에 부처님은 “저 마른 뼈들이 전생의 나의 부모들이 아니라고 어찌 말 할 수 있겠느냐!”고 하신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아기를 가진 후 고생하시는모습을 설하시는 것이다.정조 때의 영의정이었던 채제공은 부모은중경을 읽고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힌다. “은중경을 읽기 시작하여 채 반도 나가기 전에 감격하여 눈물이 저절로 가득하게 되었다.
부모의 은혜가 중함을 설파하였는데, 그 묘사가 너무도 진솔하고 간절하였다. 은중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진귀하게 여겨 아끼고 애호하고 있다.”그동안 강조되어 온 아버지에 대한 효의 감정은 위압적이고 권위적인데 반해 은중경에서의 어머니에 대한 효는 자연적이고 감성적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는 부드럽고 자연적인 감성이어서그냥 스스로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이것이 은중경의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은중경을 규장각의 주자소에서 목판으로 만들어 용주사에 보관하였고 책으로 찍어내어 전국에 보급하였다.
용주사 ‘은중경’은 변상도의 그림이 워낙 섬세하고 탁월하다. 당대 최고의 화가인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은중경은 정조대왕의 특별한 후원에 힘입어 조선말기에까지 다양한 판본이 유통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백성들에게 부모와 자식 간의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제 21세기의 지금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효의개념과 철학을 새롭게 정립해 가야할 때이다. 생활철학으로써, 삶의 가치로써 또 장구한 노년의 인생문제해결을 위해서도 새로운 효의 개념이 정립되어야 하겠다.
세계사에 빛날 진정한 한류의 근원으로써 우리민족의 독특하고 뛰어난 효의 정신을 되살리고 무한히 실천방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주체성 있는 문화국가의 토대를 분명 우리는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인해 스님 진불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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