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시집 ‘착한 애인은 없다네’
시력(詩歷) 30년을 자랑하며 더욱 자유롭고 깊어진 풍자 정신으로 무장한 이창기 시인이 네번째 시집 ‘착한 애인은 없다네’(창비干)을 냈다. 딱 9년 만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전 시집들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이번 시집은 ‘서사적 진술의 시’라고 일컬을 만하다.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다양한 서사적 진술의 방법을 통해 한층 강화된 풍자적 시선으로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개인사의 심층적 내면세계보다는 세상의 모든 경계가 사라진 공동체의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자본주의에 휘둘리는 문화적 세태 비판과 허위의식 고발, 불평등한 자본주의 굴레에 얽매인 시대를 비판하면서도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유머와 해학이 가득하다.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이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적 아이러니와 풍자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을 사실과 허구, 동일성과 타자성,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경계가 와해되는 혼재향의 시간 구조와 긴밀히 결부시킴으로써 사회적 비판 및 정치적 풍자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그러면서도 본인을 “뜻이 세워져 있지 않고, 학문은 설익고, 공명심이 많아 문인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오래된 가계부에 덧붙여?)고 자평한다.
“한낮에도 도깨비를 보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듣는” 시인의 “삐딱하고 황당한 면모”(김형윤 출판인)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시집은 또한 30년의 시력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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