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문화의 벤치마킹

경기도는 2011년부터 도내 미술, 박물관을 대상으로 전시, 교육, 체험 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 왔다. 2014년 경기도는 도내 미술관, 박물관 중 66개 미술ㆍ박물관을 지원하였고, 지원 사업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 결과를 지난 10월 10일 발표하였다.

양평군립미술관은 1등으로 평가 받아 도내 최우수 미술관으로 선정되었다. 2013년에 우수 미술관으로 선정된데 이어 2014년에는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선정된 이후 양평 미술관의 어떤 점 때문에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을까 하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벤치마킹(bench marking)의 사전적 의미는 우수한 상대 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통하여 기업 경영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벤치마킹 대상 기업의 여러 경영 조건들이 충분히 검토 분석하여 자 기업의 새로운 경영 방식을 개발하려는 의도다. 양평군립미술관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양평미술관의 경영 노하우를 전례삼아 해당 자치단체의 미술관, 박물관 운영에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벤치마킹을 통한 경영 개선은 운영 방식의 모방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더욱이 대상 기관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운영방식은 아류에 머물게 할 뿐이고 해당 기관의 운영 특징을 생산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벤치마킹의 효용은 대상 기관을 살핀 뒤에 대상기관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노력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역설이 더 요긴하다.

기획 전시와 연계하는 체험학습, 양평군 외각에 위치한 학교를 찾아가는 학교 수업은 벤치마킹의 결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양평미술관 운영 원칙을 수행하려는 수단으로 실행되었다.

기획중심의 미술관, 참여하는 미술관, 창의미술관, 질 높은 미술관이라는 4대 운영 원칙 중에서 참여와 상호작용(interactive)의 원칙을 시행하기 위한 수단이 전시와 연계된 참여, 체험학습이고 찾아가는 미술교육이었다.

타 기관 운영 사례를 통해 해당 자치단체의 미술관 운영에 반영하고자 하는 벤치마킹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타기관의 운영방식 노하우를 모방하는 것으로는 벤치마킹의 본래 의도를 살릴 수 없다. 우수 사례를 통한 수단, 방법의 모방 보다는 해당 기관의 명확한 미션과 설득력 있는 운영 비전의 능동적 설정이 우선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전략은 단순히 어떤 기관의 모범 사례를 좆기 보다는 명쾌한 미션과 달성 가능한 설득력 있는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할 때에 가능하다. 미션과 비전이 제대로 설정되었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션과 비전은 건립 전에 설정되어야 하고 또한 지속성 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이나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미션은 더 이상 미션이 아니다. 기관장이 단명인 경우에는 비전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양방향 시대의 소비 행태가 문화 부분에도 일상화 되었다. 소비 욕구를 반영하는 운영은 지역 공공 미술관의 당면 과제이고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기 어렵다. 미션과 비전 설정이 잘되어 있다면 이런 현상은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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