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장] 김경욱 작가

원칙·신념속에 갇힌 사람들 영원히 멈춰버린 그들의 삶

▲ ⓒ백다흠

21년간 왕성한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김경욱(43)은 자기 스스로를 ‘체험형 작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고백형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김경욱은 소설에 대해 ‘애초부터 허구적으로 만들어내는 건축적인 장르’였으며 자신은 소설을 ‘ 당대에 대한 인문학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정치, 사회, 철학적 주제를 아주 구체적이고도 일상적인 이야기로 형상화한다. 오로지 인물로, 이야기로만 말하겠다는 신념은 이번에 출간된 작가의 일곱번째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문학과 지성사刊)에서도 유효하다.

하드보일드적 색채가 점차 농밀하게 무르익은 김경욱의 ‘스타일’은 이 책에 수록된 ‘염소의 주사위’나 ‘아홉번째 아이’에서도 그 연결점을 찾아볼 수 있다.

 

입사 이래 한 번도 결근한 적 없으며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사극을 즐기는 사내(「염소의 주사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월남에 갔다가 화랑무공훈장을 받을 뻔했으며 이제는 제시간 맞추려고 양팔에 각각 시계를 두르고 다니는 노인(「아홉번째 아이」), 뇌물을 굳이 돌려주다가 상사에게 밉보여 좌천된 남자(「승강기」) 등 가장 지독하게 선량하고 원칙적인 이들은 자신의 신념에 복무하느라, 아니 자신이 믿는다는 행위를 믿느라 영원히 크지 못하는 소년이 된다.

이처럼 김경욱의 소설에는 하나같이 지독하게 고지식하고 병적으로 결벽스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빙하기의 도래로 눈 덮인 마을에 유기된 채 살아가는 소년의 일상을 담은 ‘소년은 울지 않는다’나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달에 정착한 사람들이 다시 지구를 탐사하러 떠나는 이야기인 ‘지구공정(地球工程)’ 등에서 종말론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는 점이 새롭게 눈에 띈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면면, 특히 사회적으로든 생태적으로든 합리적 질서가 붕괴된 채 오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성장을 멈춰버린 소년들이 보여주는 반전도 있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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