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부도시’, ‘수원화성의 도시’, ‘효의 도시’, ‘삼성의 도시’, ‘축구의 도시’. 필자는 소위 얘기하는 ‘뼈 속까지 수원 토박이’다. 그만큼 수원 출신임이 자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사람이고, 사람일 것이다.
얼마전 대학 동기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늦은 결혼으로 이제 돌 잔치를 한다고 ‘공지’하는 것이 그 친구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어진 대화는 수원 사람임이 조금은 낯 뜨거워지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후 근 10여년만에 연락된 만큼 통화 끝자락에 “언제 시간되면 수원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는 필자의 제안에 친구는 일언지하에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강력범죄의 도시, 수원’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서울로 오면 본인이 술값을 내겠다고. 통화를 끊고 한참을 씁쓸한 마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년전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 넣었던 ‘오원춘 사건’도 수원에서 발생했고, 최근 부녀자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긴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역시 수원이기에 타지에 사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도 비춰질 수 있겠다. 정조대왕의 효 정신을 이어받아 효 문화를 강조하는 수원의 이미지가 왜 이렇게까지 실추된 걸까.
당장 수원의 구도심, 즉 과거 수원 상권의 번성을 이루던 지역들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낙후된 도시지역의 특성상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의 천국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오원춘 사건의 가해자도,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가해자ㆍ피해자도 모두 중국인일지 모르겠다.
수원 고등동의 경우 주민 1만1천여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이 전체의 25%인 2천800여명에 달하고 인근 매산동은 2천여명, 매교동은 1천100여명에 이른다는 통계자료가 이를 대변해준다.
이런 상황을 맞은 지 이미 십수년이 지났지만 ‘토박이’ 범주에서 아주 많이 벗어난 이들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일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3의 강력범죄 대상지’가 또다시 수원이 되지 않도록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에 나서야 할 때이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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