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세계를 품다] 完.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탄탄한 실력·열정 갖춘 전문인력 15人… ‘세계유산 등재’ 일등공신

▲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이끈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직원 15명이 남한산성 행궁 정문인 ‘한남루’에서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다. 내년에는 현 조직이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로 개편, 앞으로도 이들의 뜨거운 열정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추상철기자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독특한 조직이 있다.

바로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성로 731(산성리158-1)에 소재한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이하 사업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지난 6월 대형사고(?)를 쳤다. 내용인즉 남한산성을 한국의 11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것. 한국에서 유네스코 등재는 지난 2010년 ‘역사마을 안동 하회와 경주 양동’ 이후 4년만의 경사였다.

남한산성 사업단은 단일 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전담 민간기구이면서,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드문 조직이다.

올해 남한산성의 등재가 성공하면서, 최근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이 줄을 잇고 있다.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그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원준호 사업단장 직무대리 겸 기획사업팀장은 “무려 5년 동안 제작된 반전이 있는 장편드라마였다. 지난 2009년 당시 사업단이 만들어지고 직원들이 캐스팅됐다.

주조연할 것 없는 직원들이 처음 모여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리딩할 당시에는 아무도 이 드라마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이 2014년 6월 22일 마지막회에 대반전 결말에 놀란 것 같다.

드라마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괜찮았던 드라마 한편을 끝낸 행복한 종방연의 해였다.” 이처럼 한편의 드라마 같았던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의 숨은 뒷이야기와 사업단 직원들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지난 1년 동안 이어온 기획시리즈 ‘남한산성 세계를 품다’의 마지막 편으로 준비했다.

 

 

▲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개최된 카타르국립컨벤션센터.

■ 내부직원 만족도 평가 5년 연속 최고 순위

사업단은 지난 2009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미션은 ‘역사·문화·자연이 조화된 고품격 문화유적지 조성’이었다. 그 다음 공동 목표는 ‘세계유산 등재’였다.

신생 조직이다 보니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젊다. 현재 사업단장 직무대리가 45세, 막내 직원이 28세다. 직원들은 각종 사업을 진행할 때 가급적 외부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무엇이든 스스로, 다 같이 해결했다.

예를 들어 남한산성의 역사자료나 세계유산적 가치에 대한 영문 연구 책자를 제작할 때도 직원들이 직접 집필하고 번역했다. 남한산성에 관한 모든 분야에서 사업단의 직원들이 가장 전문가였다.

사업단은 팀 간·직원 간의 벽이 없다. 세계유산 등재 준비 과정은 누구 한 사람의 뛰어난 전문가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남한산성의 방대한 역사를 조사하고, 그 중에 세계유산적 가치를 새롭게 발굴해 조명하고,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다는 유일의 비교가치와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증명해야 하고, 그리고 현재 유산의 활용사업과 중장기 보존계획을 내세워야 했다.

사업단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문화예술기관의 행정파트와 사업(학예)파트와의 불필요한 긴장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사업단이 존재해야 하는 정확한 목표와 수평적 조직문화가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의 밑거름이 됐다. 사업단은 매년 실시하는 경기도 공공기관 내부직원 만족도 평가에서 5년 연속 최고 순위 기관으로 등극했다.

2014년 2월,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측이 등재 심사결정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요지는 사업단이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단일 유산에 다수의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됐는데 혹시 등재를 위해 임시적으로 조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간다는 내용이었다.

사업단 직원들은 그 편지를 받고 등재를 확신했다고 한다. 왜냐 사업단은 임시조직이 아니었다. 게다가 총 6차례 동안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을 때 국외 세계유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도 남한산성처럼 이렇게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 됐으면 한다”고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사업단 직원들은 ‘실력’과 ‘열정’ 거기에 ‘감동’을 더해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13년 9월 3일, 남한산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본 실사자로 인도에서 구르밋상가라이(Gurmeet.S.Rai)씨가 남한산성을 방문했다.

실사자가 남한산성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왕복 5km 구간의 외성을 산행했다. 직원들은 그 때 간이 의자를 준비해 실사자의 산행길 휴식을 도왔다. 실사자는 “당신들은 내가 원하면 달도 따다 줄 것 같다”고 하며 처음으로 웃었다고 한다.

 

▲ 2013년 9월3일 사업단 직원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본 실사자 구르밋상가라이씨의 현지실사를 안내하고 있는 모습.

■ 탄탄한 인력풀, 세계유산 등재 ‘일등공신’

사업단은 현재 기획사업팀과 문화유산팀 2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사업단 직원들의 숨은 매력을 소개한다.

우선, 사업단장 직무대리를 겸하고 있는 원준호 기획사업팀장은 6개월 동안 직무대행을 맡아 사업단을 총괄했다. 직무대리로 산성리 파출소 개소식 때 내빈으로 꽃을 가슴에 달았을 때 제일 어색해 했다고 한다.

원준호 팀장과 사업단 내 쌍두마차인 노현균 문화유산팀장은 남한산성 해설 1인자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흥미를 유발시키고, 역사적 연혁과 구체적인 날짜까지 언급되는 그의 해설은 신선하고 탁월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안샘이나씨는 상설업무로 남한산성 국제학술심포지엄과 연구총서, 국제저널 발간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이코모스 세계유산 본실사 때 종횡무진했다. 굳이 시키지 않은 일을 밤새워 일하는 스타일로, 내년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황연정씨는 남한산성 교육·체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입사할 당시 본인을 사업단의 ‘아이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사업단의 (아줌마) 아이돌이 됐다.

남한산성 성곽을 관리하는 김영학씨는 12km에 달하는 남한산성 성곽 전체를 혼자 관리한다. 그가 사무실에 안보이면 산속 성곽에 있다는 뜻이다.

권지혜씨의 경우 한 때, 남한산성 종점을 오가는 어느 버스는 그녀를 위해 정류장이 아닌 곳에 멈춰 섰다고 한다. 이 같은 화양연화 같은 시절도 가고 이제는 아주 오래전 일이라고.

김태완씨는 원래 고고학을 전공했다. 2010년부터 그 동안 난립했던 행궁 내 음식점과 행궁 내 유흥시설을 철거해서 지금의 남한산성 행궁권역을 조성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한산성 역사문화공간 조성 사업의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등재 이후 남한산성 등재 기념물 조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남한산성 공연·전시·영상·역사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박상용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학부 때 전공은 한국사였고, 대학원 때는 예술경영학을 전공했다. 청주시 학예공무원으로 일하다 공무원 신분을 버리고 남한산성에 왔다.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가장 중요한 역사 문화적 ‘진정성’에 대한 증명 사업과 유산의 활용과 등재 기념사업을 도맡아 했다. 지금의 남한산성 HI와 캐릭터, 그리고 남한산성 옛 사진 복원, 사료 집대성, 홍보영상이 그의 작품이다.

안진희씨는 원래 의상디자인에서 고고학으로 전공을 옮긴 직원으로 남한산성의 지적변천사를 집대성했다. 2012년 이후 남한산성행궁이 중건돼 일반인에게 공개 오픈된 이후로 문화재를 활용한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대관과 활용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정재훈씨는 남한산성내 가장 넓은 범위에서 경기도 지정 문화재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뭐든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이다.

이경미씨는 한 때 남한산성 사업단 내 가장 어린 친구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남한산성 토요문화학교 등을 담당하며 맡은 업무를 언제나 지나치게(?) 열심히 한다. 직원들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늘 아름답다고 칭찬한다.

정흥택씨는 문화예술 행사의 맥이 무엇인 줄 아는 직원이다. 남한산성 등재 기념식 때 모두가 극찬한 ‘풍등’을 처음 기획ㆍ연출한 당사자로, 묵묵하게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숨은 인재다.

 

남한산성 세계유산 국제교류 담당하는 조두원씨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산하 28개 분과 위원회 중에 하나인 국제성곽군사위원회(ICOFORT)의 아시아 최초이자 유일한 멤버다. 총 6회에 이르는 남한산성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진행했다.

남한산성 회계·지출·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최동욱씨는 직원들 사이에 ‘남한산성 사업단의 엄마’로 통한다. 각종 OA 운영이나 시설관리, 심지어는 직원들 간식까지 도맡아 챙긴다. 무엇보다 각종 크고 작은 행사에 그가 없으면 늘 불편하다고 직원들은 호소한다.

남한산성의 심장인 행궁을 담당하는 신명종씨는 강한 비주얼을 바탕으로 사업단을 방문하는 다양한 민원인을 상대로 원만한 해결을 주도한다. 유남권씨는 산성리 주민과의 협력 사업을 맡고 있다.

이처럼 사업단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잘 해냈다. 단언컨대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바로 직원들이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이제 세계유산 관리에 적합한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로 조직이 개편된다. 개편 이후에도 직원들의 세계유산 남한산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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