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웃음 잃은 상인들

세월호 여파 연말까지 이어져 불경기에 성탄 특수 못누려…
음식점 송년회 매출도 ‘반토막’ “올해처럼 힘든 적 없었다”

▲ 25일 낮 12시께 인천시 남동구 로데오거리는 성탄절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텅 비었다.  김민기자

“올해같은 우울한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25일 낮 12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성탄절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한가운데 위치한 넓은 광장은 한가로이 거니는 비둘기가 차지해버렸다. 점심시간대 수많은 연인이 맛집을 찾아다니며 거리 곳곳을 누비던 지난해 성탄절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텅 빈 거리를 창밖으로 내다보던 가게 주인들은 이내 한숨을 내쉰다. 인파를 찾아보기 어려운 거리의 가게들은 성탄절 특수마저 잃어버린 채 쓸쓸한 분위기를 더한다.

오후 8시께 구월동 문예길 음식거리는 처량해 보일 정도다.

저녁식사 대가 넘어가면서 이곳의 음식점과 주점들은 시끌벅적 떠드는 손님들의 웃음소리를 잃어버렸다. 각종 사건·사고로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이곳은 수개월째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단골손님들이 건네는 “요새 장사하기 많이 어렵겠다”라는 위로의 한 마디가 담담한 척 애쓰는 가게 주인들의 눈물을 달래줄 뿐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였던 24일 밤 남구의 법조타운먹거리촌, 연수구의 연수동 맛고을길 등 인천의 이름난 먹을거리 명소들도 매서운 찬바람만 가득했다. 연수동 맛고을길 A음식점 사장 정모씨(45)는 “사람들이 텅빈 가계로 들어오지는 않고 ‘이 동네는 맛없는 가게들이 많나 봐’라는 말만하고 지나간다” 며 한숨을 몰아쉰다.

송년회 모임 등으로 1년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12월에 올리던 일부 음식점의 매출은 그야말로 반 토막이 났다. 매출에서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적자인 가게도 거리마다 수십 곳에 달한다. 당장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가게도 서른 집 건너 하나꼴이다.

신나는 캐럴이 인천지역 곳곳을 메우던 흥겨운 성탄절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대변하듯 소상공인들의 한숨소리로 덮여버렸다.

B음식점 김모씨(57·여)는 “텅 빈 가게를 수개월째 홀로 지키다 보니, 우울증까지 찾아왔다”며 “세월호 침몰 이후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특수를 노리기는커녕 당장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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