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더불어 사는 삶’의 해법

얼마 전, 작지만 강한 나라 뉴질랜드의 복지 현장을 다녀왔다.

한반도의 1.2배가 되는 땅에 인구라고는 380만명 밖에 되지 않지만 4천만 마리의 양이 살고 있는 나라.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이며 내리는 빗물을 그대로 받아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한 청정국가에 혓바닥을 길게 내밀며 상대방을 위협하는 원주민 마오리족이 살고 있는 나라…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뉴질랜드의 모습이다.

첫 도착지인 뉴질랜드 남섬의 중심지 크라이스트처치는 한때 국내 조기유학 연수지로 각광을 받던 곳이었으나 지난 2011년 규모 6.3의 강진으로 시내 중심부가 거의 파괴되고 2백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일어난 곳이다.

지진 이후 도시 재건과 복원 작업이 진행되는 중에 시의 상징적인 건물인 대성당의 복원 공사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눈길을 끌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대성당의 복원을 둘러싸고 ‘원형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가능한 선에서 복원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지진이 발생 4년이 지났지만 아직 공사조차 시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문득, 우리의 숭례문 화재 사건이 떠올랐다. 사상 초유의 화재로 불에 타버린 국보 1호를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국민들에게 4년만에 복원되어 깨끗하게 단장한 숭례문은 한국의 장인정신과 기술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복원공사와 관련해 각종 문제점과 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전 국민의 우려와 분노를 사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왔을까?

‘천천히 그러나 완벽하게’를 추구하는 그들과 ‘빨리빨리’ 만을 요구하는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조급증의 차이가 빚어낸 모습인 것 같아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최근 인천은 나눔문화와 관련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14년 연간모금목표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달성한 것을 비롯해 지난 11월20일 시작된 ‘희망2015나눔캠페인’의 온도탑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65도를 넘어서는 등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많은 지역에서 ‘모금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과거, 인천은 항구 도시의 이미지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되어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짜다’는 말로 평가절하 당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인천은 특히 나눔과 관련해서는 전국에서 가장 앞선 모습을 보여 왔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개인기부 분야에서 2년 연속 18명의 새로운 기부자가 동참한 것을 비롯해 70여 곳의 공공형어린이집이 나눔교육과 실천을 위해 ‘착한어린이집’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나눔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2014년, 어렵고 힘들었지만 나눔을 실천해 주신 300만 인천시민들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리며 ‘더불어 사는 삶의 진정한 해법’인 나눔문화가 더 깊이 그리고 더 튼튼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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