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FTA 정책분석] 빗장풀린 세계 최대시장… 물류·제조 대륙행 ‘新실크로드’

한·중 FTA와 인천의 내일

2015년은 우리나라가 FTA 시대를 연 지 11년이 되는 해이다. 2004년 4월 칠레와 FTA 체결(발효)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베트남까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는 무려 53개국에 달한다.

인천의 FTA 체결국 수출입현황(2013년 기준)을 살펴보면 수출은 EU가 43억 7천8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미국 33억 7천300만 달러, ASEAN 31억 3천300만 달러, 싱가포르 3억 6천500만 달러, 터키 3억 3천500만 달러, 가장 먼저 체결된 칠레와는 2억 7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입은 ASEAN이 53억 4천700만 달러로 가장 많고 EU 29억 1천100만 달러, 미국 24억 1천300만 달러, EFTA 4억 1천900만 달러, 싱가포르 3억 3천100만 달러 순이다.

인천의 FTA 체결국 수출은 2012년 113억 1천900만 달러에서 2013년 120억 200만 달러로 전년대비 6.03%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액 대비 2012년 42%에서 2013년 43.5%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 수출증가세를 주도하고 있으나, 아세안지역의 수출은 다소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해 11월 타결되면서 인천지역 발전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는 이날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22개 항으로 이뤄진 FTA에 합의했다.

중국이 금융과 통신, 전자상거래 분야를 다른 나라와의 FTA에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 타결로 양국은 협정 발효 후 20년 이내에 품목 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을 개방한다. 한국은 미국과 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 모두를 FTA로 연결할 수 있게 됐으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보루였던 한국에서 미국과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가능해졌다.

FTA 타결로 인천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중국은 인천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FTA 체결이 인천지역 미래성장의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의 대 중국 무역규모는 최근 5년 평균 수출이 39억 9천800만 달러, 수입이 43억 8천700만 달러로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2013년 기준으로 인천의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이 16%, 수입이 14%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어 FTA 발효로 인천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또한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가운데 운수업 등 물류산업을 비롯해 제조업, 부동산,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 지난해 11월10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물류업 - 향후 10년 수출물동량 13만4천TEU ‘UP’

인천은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보유하고 있어 물류산업이 가장 큰 수혜분야로 꼽힌다.

인천항만공사는 한·중 FTA 체결로 중국 수출입 물동량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 인천 컨테이너 물동량 216만TEU 가운데 중국 수출입 화물이 127만TEU로 59%를 차지하는 등 최근까지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60% 가까이 중국 수출입 화물이 차지해왔다.

공사는 2025년께 인천항의 대 중국 수입 물동량이 17만 5천TEU, 수출 물동량은 13만 4천TEU 정도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물류량이 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일자리와 소비도 늘어 부수적인 산업이 함께 발달할 수 있다.

인천시 경제수도추진본부 정연주 팀장은 “FTA 체결로 한·중 양국 간 교역량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고 물류량 확대는 인천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많은 물류가 인천을 통해 나가고 들어오면서 인천지역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해섭 인천항만공사 운영본부장도 “인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누구나 다 인식을 하고 있으며 중국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는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 기계·금속 - 비중 높은 1차금속 관세인하 ‘수출 가속’

인천지역 기계와 금속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기계산업은 그동안 양국 모두 높은 관세율을 유지했으나,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양국 간 교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기계 장비산업은 인천지역 내 비중이 15%를 차지하는 최대 제조업종으로, 전국 대비 비중이 높은 주요 산업이다. 다만, 원동기와 펌프, 성형압연기기, 광학기기, 시험계측기기, 의료기기 업종에선 그동안 한국이 중국보다 관세율이 높았으나, 무관세가 되면 중국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금속산업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중국의 금속산업 관세율은 한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FTA에 따른 관세인하가 이뤄질 경우 대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 금속산업의 경우 전국 대비 인천에서 1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산업이다. 한·중 FTA 체결로 인천 송도와 영종도 등을 중심으로 중국인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투자이민제도도 활기를 띨 것이란 평가다.

 

▲ 한국과 중국 간 FTA가 타결된 지난해 11월10일 오전 중국 웨이하이∼인천 항로를 운항하는 뉴골든브릿지Ⅱ호가 인천항 제1부두에 도착해 화물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 농업 - ‘쌀’ 완전 제외 등 FTA 역대 최저수준 합의

농업분야는 인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해 전문가들은 FTA 체결 시 인천경제에 파급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한·중 FTA에서도 농수산물 자유화율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합의했다.

특히 쌀은 FTA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합의됐다. 또 고추와 마늘·양파 등 국내 주요 양념채소류와 쇠고기·돼지고기·사과·배 등 총 610여 개 품목이 양허 제외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인천지사 오종영 지사장은 “농업분야는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밀리지만, 우리가 재배하고 있는 품목을 양허에서 제외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인천 전체 경제로 봤을 때 실익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中 법제도 이해·대응력 ‘만반준비’… 정책 지원도 시급

한·중 FTA가 인천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도록 하려면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만반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인천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중국 법 제도의 불확실성을 사전에 예방하고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중국 진출 시 지적재산권에 대한 법적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광수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중국은 외국기업에 대해 차별적으로 경쟁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 경쟁법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위법성 판단기준보다 엄격한 기준하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태환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중국과 가격경쟁력 대비 기술차이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며 “디자인 분야 등 한국이 앞서갈 수 있는 분야와 중국 진출 시 해외마케팅 비용 등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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