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빈소년합창단 입단 이정민 “더 큰 꿈을 위해 노래할래요”

타국생활 힘들지만 열심히 음악공부… 성악가·지휘자 되고파

2013년 12월, 수원의 한 공연장에서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본 열한 살 소년은 꿈을 꿨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꿈은 현실이 됐다. 5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오스트리아 ‘빈소년합창단’(Vienna Boys‘ Choir)에 입단했다. 이제 13살이 된 이정민군의 이야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정민 군은 수원 정자초등학교를 다니며 또래들과 장난치는 밝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사물놀이패에서 꽹과리를 치는 아버지와 경기소리 31호 이수자인 어머니를 통해 어려서부터 전통음악을 자주 접했다.

하지만 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또래들의 합창 공연을 보기까지 말이다.

“소년 합창단 파리나무십자가의 송년 음악회를 보고 나오는데, ‘나도 해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바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선생님이 아이 재능에 놀라워했어요.”(아버지 이원재)

이후 이 군은 “의상이 예쁘고 유명한” 빈소년합창단에 입단하기를 원했고,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했다.

일단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입단 오디션을 신청했다. 묵묵부답이었다. 녹음파일을 만들어 보내고 독일어 통역이 가능한 지인을 통해 수 차례 문을 두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때마침 한국에 머물고 있던 빈소년합창단의 한국인 지휘자 김보미씨를 출국 전에 만났다. 현장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호평받은 이 군은 그 길로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올라 현지에서 다시 한 번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군은 한국에서 4번째로 빈소년합창단 음악학교에 입학하는 주인공이 됐다. 이어 지난 9월 1일 빈소년합창단 음악학교에 입학, 2개월 간 트레이닝을 받은 후 11월에 정식 단복을 받고 단원이 됐다.

“교육은 같이 받지만 무대엔 설 수 없는 ‘예비 학생 신분’으로 2개월을 보냈어요. 말도 안 통하고, 음식 맛도 이상해서 힘들었고,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소년은 외로운 타국 생활을 견뎌내며 빈소년합창단 부르크너반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현재 매주 현지의 공연장 뮤트에서 정기 공연을 하고 일요일에 열리는 미사에서도 노래한다. 올해부터 해외 공연을 다니고, 2016년에는 한국 무대도 밟을 예정이다.

소년은 또 다른 꿈을 꾼다. 음악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악가나 지휘자가 되는 미래를 그린다.

8일이면 짧은 겨울방학을 마치고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는 이 군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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